마당

기도를 들어 주세요.

-gajago- 2009. 7. 8. 23:44

그 사람은 믿음이 무척 대단했습니다.
평생 그의 하루는... 기도로 시작해서 기도로 끝났습니다.
그의 기도는 꼭 이루어지리라. 굳게 믿었습니다.

어릴 적 운동회 때... 콩주머니를 던지다 말고 기도했습니다.
'우리편이 이기게 해 달라고...'

 

동무들이 벼락 공부를 하는 시험 전 날 밤에도 그는 무릎 꿇고 기도만 했습니다.
'이번 시험에 꼭 만점을...'

 

모두 운동을 하느라 바빠도 그는 기도를 했습니다.
'건강하게 해 주세요.'

일터에서도 그는 눈 감고 기도했습니다.
'복권 1등에 당첨을...'

 

강도를 당해서도 그는 마냥 기도했습니다.
'이 나쁜 놈을 꼭 벌해 주십시오.'

잘 생기게...
머리 좀 좋게...
영어 공부 좀 잘하게...
덥지 않게...
춥지 않게...
배 고프지 않게...
돈 많이 벌게...
아들낳게...
건강하게...

그러나 그는 늙고 병들 때 까지도 운동회에서 이겨 보지도, 만점을 맞아 보지도, 부자이지도 않았고,

강도가 천벌을 받는 것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죽음을 앞두고 지친 그는 마지막으로 무릎을 꿇고 앉았습니다.
'정령, 저의 기도가 부족해서죠?'

스스로 이루고자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뤄주지 않고,
스스로 지키고자 아니하면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다는 신의 규칙을
그는 끝까지 몰랐던 걸까요?

눈 감고, 무릎 꿇고, 두 손을 모으고 하는 기도보다

땀 흘리며 발로 뛰는 기도에 훨씬 더 응답이 빠른데!

99년 8월호의 샘터에서...

맞어...
그가 혹시 내가 아닌지...반성을...

 

2001-03-31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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