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ATM기에 현금서비스 신청했는데 대부업체가… 현금서비스 ‘경계령’

-gajago- 2011. 11. 1. 21:32

자동현금지급기(ATM)에서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신청했는데 엉뚱하게 대부업대출을 받게 된 피해자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의 도움으로 소송을 냈다. 한양대 로스쿨 측은 이 사건을 공익소송 형태로 진행해 앞으로 유사한 피해 사례가 발견되면 소송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원하지 않는 대출=지난 7월 윤모(46)씨는 서울 당산동 Y할인마트 입구에 설치된 ATM에서 자신의 H사 신용카드를 이용해 55만원의 현금서비스를 신청했다. 윤씨는 ‘신용카드 거래’ 버튼을 누르고 ‘서비스 출금’을 선택한 뒤 카드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이 과정에서 ‘이체’ 버튼이 화면에 뜨자 윤씨는 다른 계좌로 현금서비스 금액이 송금되는 것으로 알고 계좌번호를 입력했다.

하지만 다음날 윤씨는 한 대부업체로부터 “55만원을 대출받았으므로 대출계약서를 발송할 테니 서명해 반송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대부업체는 윤씨에게 회원번호와 대출번호만 적고 대출한도액이나 계약일 등이 비어 있는 대출계약서를 보냈다. 윤씨는 소장에서 “대부업체에 회원으로 가입한 사실이 없고, 카드 현금서비스는 이자율이 20%인데 대부업체는 38% 정도여서 추호도 대출을 받으려 한 적이 없다”면서 1일 서울중앙지법에 대부업체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

◇로스쿨의 공익소송 제안=한양대 로스쿨 공익소송팀 재학생 6명은 윤씨로부터 이 사실을 접한 뒤 대부업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찾아봤다. 이 법 6조는 대부업자가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일, 대부금액, 이자율, 변제기간 등을 설명하고 자필로 기재한 계약서를 상대방에게 교부토록 규정하고 있다. 윤씨의 경우 이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공익소송팀은 현장을 조사해 ATM을 관리하는 업체를 찾았고, 업체로부터 대부업체 측과 어떠한 제휴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는 대답을 들었다. 학생들은 또 이 ATM이 H카드사의 모(母)은행 간판을 달고 있어 은행이 직접 관리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전국적으로 시중은행과 카드사의 현금 인출을 안내하는 ATM 안에 대부업체도 끼어 있는 기계가 1000여대에 이른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필요하면 형사고발도=공익소송팀 이윤상(31)씨는 “재판 과정에서 ATM을 통한 대부업체 정보 유출이 있었는지도 확인한 뒤 필요하면 형사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대부업체의 답변서를 받아본 뒤 피해 사례가 추가 접수되면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원고를 더 모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H카드사 관계자도 “ATM 관리 업체를 상대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은행이나 카드 서비스를 가장해 대부업체에 기계가 악용됐다면 우리도 피해자인 만큼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업체에 대한 감독·검사권금융감독원이 아닌 광역자치단체에 있어 관리가 쉽지 않다. 현금인출기에 대부업체 무인대출도 끼어 있어 작동 미숙으로 원치 않는 대출을 받는 피해에 대한 실태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로스쿨 학생들을 도와 소송을 제기한 해인법률사무소 배금자 변호사는 “서울시를 통해 금융감독 기관에 직권으로 대부업체의 ATM 개입 실태를 조사하게 해 달라고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