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락분

둥지를 잃고 헤매는 '비둘기 왕자' / '마지막 황손' 이석, 찜질방서 새우잠

-gajago- 2009. 7. 24. 00:35
둥지를 잃고 헤매는 '비둘기 왕자'.  
구한말 마지막 황손이자 이 땅에 남아 있는 유일한 왕자 이석씨(63)가 몸 하나 누울 곳이 없어 밤이면
찜질방을 전전하고 있다. 가요 '비둘기집'을 부르기도 했던 그는 밤이 찾아들면 오갈 데가 없다.
집도 절도 없는 신세여서 자정 무렵까지 거리를 방황하다 남몰래 슬그머니 찜질방에 찾아든다.
손님들이 떠드는 소리에 골치가 아프고 온몸에 문신을 새긴 덩치 큰 사내들이 겁나지만 달리 갈 곳이 없다.
 
"친구들한테 20만∼30만원씩 용돈을 얻어 쓰고 있으니 달리 방법이 없잖아.
찜질방에서 우연히
코미디언 남보원을 만나는 바람에 입장료를 반값만 내고 다닐 수 있게 됐어. 그나마 얼마나 다행이야."
왕자의 알몸을 함부로 남에게 보이기 싫어 아침 7시면 어김없이 찜질방을 빠져나온다는 이씨는
고종황제 둘째아들 의친왕의 13남9녀 중 열한번째 아들이다. 어머니는 전화교환수 출신이다.

현재 살아 있는 의친왕의 자손은 왕자 3명과 공주· 옹주 5명.
이석씨 이외의 '왕자'들은 모두 미국에 살고 있다.
고종의 첫아들 순종은 후손이 없고, 셋째인 영친왕은 두 아들을 뒀으나 장남은 어려서 죽고,
둘째 이구씨는 일본에 거주하고 있다.

이석씨는 2월 초 찜질방으로 들어가기 전 서울 남산의 한 무당집에서 한달가량 머물렀다.
무당집 여주인은 고종이 봄· 가을로 지내던 국사당 산천제를 다시 열었다.
그것이 인연이 돼 '더부살이'를 할 수 있었다.
한데 대우가 말이 아니었다. 불도 때지 않은 골방에 처넣어 마스크를 쓴 채 잠을 청해야 했다.
이씨의 골동품을 팔아오라고 성화까지 부렸다. 이씨는 '안되겠다' 싶어 무작정 뛰쳐나왔다.

이씨의 동가식서가숙 생활은 1997년 세번째 아내와 별거하면서 시작됐다.
서울 논현동에서 참치횟집을 시작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황손도 다 필요없으니 돈이나 벌어오라'는
아내와 갈등을 빚어 집을 나왔다. 포항· 대구· 울산· 부산 등 지방 친구집과 절을 전전했다.
2000년에는 머리를 깎고 중이 될 심산으로 부산 육주사를 찾았다. 1년 동안 머물렀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절 생활보다 바깥생활이 더 재미있어."
 
이씨는 지난해 6월 서울로 올라왔다.
여생을 황실 보존과 '독립운동을 황실이 주도했다'는 책을 쓰는 데 바치기 위해서다.
지난달 비운의 황실 가족사에 감동받았다는 한 사업가가 자신의 사무실 한 구석을 내줘 '황실보존국민
연합회' 간판을 내걸었다.
새 정부에 경복궁이나 창덕궁· 운현궁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진정서를 낼 계획이라는 이씨의 얼굴에서는 비장함이 읽혔다.
 
"간혹 차를 몰고 경복궁 정문으로 돌진하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해. 황손의 처지를 세상에 알리고 싶은 거지."

권오용 기자
bandy@hot.co.kr


참... 상전벽해라더니...
현재의 세상에서 가장 힘든 생활을 하는이들이 바로 황족이 아닐까?
과거의 부귀영화야 이미 까마득한 옛날이지만 살아있는 그들의 기억속엔 아직도 남아 있을 터.
현재의 생활에서 잊고 싶은 들 잊어지기나 할 것인가. 과거의 신분과 영화가 현실생활에 발목을 잡고 있겠지.
우리가 아무리 민주주의 국가가 되더라도 과거 정통성을 보존하고, 시대의 변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그 주축에서 빗겨난 황족들을 보호하는 것도 무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민족의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련만...
너무 급변하는 시대에 지나친 바람인가.
좋던 싫던 우리 역사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왕조와 그 후예들을 잊고 寒垈로 내 몰아서야... 

역시, '누구든 몰락한 자의 뒷모습은 그렇다' 하기엔 너무 부끄러운 현실이다.

지금 내 귓가엔 이석님의 바로 그 노래, <비둘기 집>이 들리는 듯 하다.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 이라면...♩"

030311.
가자고...

'누락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빛을 닮은 일곱 빛깔 e- 리더쉽...(칼럼 @IT)  (0) 2010.10.14
어느 수험생의 독백   (0) 2009.07.24
나도 내가 무섭다   (0) 2009.07.23
토끼잡는게 매   (0) 2009.07.22
내가 만일 술집을 차린다면?   (0) 2009.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