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많은 소녀·새랑이방 1(새랑이 語錄

107. 지우개의 용도(엄마의 생일선물)

-gajago- 2009. 7. 7. 14:55
107. 지우개의 용도(엄마의 생일선물)


오늘은 쉬는 날이라 종일 집에 있었다.

혼자 점심을 먹으려다 얼핏 주방의 위쪽 선반(애들 엄마만의 공간이겠다)을 보니
전혀 쓰지 않은 새 지우개가 눈에 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말이다.

'이상타, 왠 지우개가 여기에?'
그리고 잊고 있었는데...

애들이 학원에서 돌아왔다.
내가 지우개가 궁금해(왜 거기에 있는가) 새랑이에게 물었다.

나: 왠 지우개가 여기에 있어? 누가 놨냐?
새랑이: 내가...
나: 왜?
새랑이: 말 안해.

그러고 말았는데...

저녁을 먹다 서정이가 달력의 한 날짜(이번 일요일: 9/21일)를 가리킨다.

나: 뭐야?
새랑이: 엄마 생일이라고 하잖아?
나: ㅎㅎ 그런가?

나: 그럼, 엄마 생일인데 느덜 무슨 선물이라도 있냐?
새랑이: 있어.

그때 문득 낮의 그 지우개가 생각났다.

나: 뭐... 지우개?
새랑이: 응
나: ㅎㅎ 무슨 선물이 그러냐? 왠 지우개?
새랑이: 엄마 일할 때 지우라고...



왠 말?
ㅎㅎㅎ 직장에 다니는 엄마가 '일하다 틀리면 지우라'는 소리다.

기특도 하다.
엄마의 생일을 위해 선물을 미리 준비한 새랑이의 생각도 가상하지만
그 선물이라는게 '지우개'라는게 또 기발하다.

자기들이 공부하다 틀리면 지우개로 지우듯,

「일하다 틀리면 지우라...」

이 얼마나 기발한 발상인가.
자기의 수준에 맞는, 그 나이(현재 초등학교 1학년)가 지나면 도저히 생각도 못하는 기막힌 생각이다.

그리고 그 지우개를 놓았던 장소 역시 기막힌 곳이지 않은가.
엄마의 생일선물을 엄마만의 공간에...
쬐꼬만 놈이 요리조리 생각을 많이 한 결과다.

또한 새 것이면 무조건 욕심을 낼 녀석인데, 그 마음을 자제하고 엄마를 줄 생각을 하다니...
기특한지고...
 
내가 물었다.

나: 그 지우개 네가 엄마 선물로 샀냐?
새랑이: 아니~ 엄마랑 문방구에서 학용품 살 때 문방구아줌마가 주었어.

ㅎㅎㅎ
에라~ 이...

030917--8
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