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올리는 이 글은 내 창작이 아닌 어느 대학생의 掌篇소설이다.
음~ 그러니까 70년대 후반(78년?)쯤 대학생 33인의 글 모음(꽁트) 집 '어느 科대표의 모노드라마' 란 책이
있었는데, 거기에 실린 글 중 한편이라는 야그다.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글들이 참 많은...
그럼 한 번 진도 나가보자. 가자고~
[스프링 쿨러] [메거진 65호 2001-08-04]
T호텔의 화재사건 이후 점차 드러나는 그녀의 병 증세는 매우 심각한 것이었다.
즉, 결혼식을 며칠 앞둔 그녀와 용준이 T호텔에 투숙 했다가 용준이만 불에 타 죽은 이후,
그녀는 심한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녀뿐 아니라 그녀의 아버지 오사장이나 어머니 심여사,
리고 결혼을 앞둔 동생 명숙등 온 가족이 실신상태 였지만 그녀가 받은 충격에는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의 발작은 무척 돌발적이었다.
즉 평소에는 얌전히 있다가도 갑자기 아무 물건에나 성냥불을 갖다 대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준비했던 혼수감등을 태우더니 이제는 옷가지등 닥치는대로 태우는 것이었다.
특히 그녀와 용준과의 결혼 예정일에 있었던 사건은 오사장에게는 결정적인 쇼크를 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녀는 자기방에 이불과 악세서리등을 널려 놓고는 불을 질렀던 것이다.
그녀는 불위에 자기 몸을 던졌으나 동생 명숙이 곧 발견하여 큰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
실신했던 그녀가 병원에서 깨어나는 동안 오사장은 맏딸을 위한 해결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완벽한 소방시설을 갖춘 그녀의 방을 따로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그 생각이 구체화되는 동안 그것은 오사장에게 일루의 희망마저 주고 있었다.
공사는 그 다음날부터 시작되었다. 넓다란 정원 구석에 우선 방화벽돌로 아담한 방을 꾸몄다.
방이 되어가는 동안 권위있는 소방 전문가의 지시에 따라 방화시설 내지는 소화시설을 해 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건축자제부터 엄선하여 쓰고, 시공도 철저히 만전을 기했다.
또한 벽에는 자동 소화기를 외국에서 들여와 장치하고, 뿐만 아니라 천정에는 2인치 짜리의 두꺼운 수도 파이프를 넣었다. 그것은 스프링쿨러를 설치하기 위함이었다.
그 스프링쿨러는 성능이 무척 좋은 것이어서 약한 화기만 있어도 그것을 감지하여 곧 천정에서 물이 쏟아지는 것이다. 또한 기름에 의한 화재를 대비하여 자동 모래 살포기도 설치 되었다.
거기에는 여러 소방 효과를 도모하기 위하여 방문과 창문도 방화 방수로 특별히 설계 되었다.
(여기서 결과가 예측 된다.-가자고-) 완성된 그녀의 방은 들인 돈 만큼이나 소방시설로는 완벽한 것이었다.
물론 방의 가구나 데코레이션까지 모두 화재를 대비해 쓴 것들이었다.
만일 불을 지르더라도 곧 스프링쿨러의 물이 쏟아지고, 그래도 안 꺼지면 소화기에서 가스가 뿜어 나오고...
새 방에서 그녀의 생활은 시작 되었다.
그것은 반복되는 굴레 였으며 완전한 소방시설은 온 식구들을 저으기 안심 시켰다.
그녀는 물론 외출같은 것은 하지 않았고, 하루종일 자기 방에 틀어 박혀 있었다.
아침 늦게 일어나 들여준 밥을 먹고는 저녘때가 되도록 거울앞에서 화장하는 것이 그녀의 일과였다.
눈썹을 그렸다가 지우고, 메니큐어도 했다간 지우고, 또 하고...
그리고는 또 하나의 일과를 시작한다. 그것은 6년동안 용준과의 연애시절에 찍은 사진들을 보는 것이었다.
그 많은 사진들을 온 방에 늘어 놓고는 한 순간이라도 빠질세라 밤이 늦도록 검토하는 것이었다.
온 집안 식구나 오사장도 그녀의 규칙적이고 저항없는 생활에 점점 안심을 하고 있었다.
그러한 때, 그녀의 동생 명숙의 결혼식날이 되었다. 식구들은 바빴고... 집을 비웠다.
몇 개월동안 별 발작이 없이 온전히 지내던 그녀에게는 절호의 찬스였다.
식구들의 외출... 무관심... 동생의 결혼...
그녀는 앨범의 사진들을 방 한가운데 쌓았다.
그 위에 인화성이 있는 화장품을 쏟고, 큰 병의 아세톤을 고루 뿌렸다.
숨겨 두었던 용준의 라이타로 불을 붙였다. 불은 확 올랐다. 완전히 계획적이었다.
불은 타 올랐다. 용준이 불길위에 나타났다. 그녀의 방은 순식간에 황홀한 분위기로 변화 하였다.
그녀는... 불길위로 몸을 던졌다. 잠깐 동안의 일이었다.
.
.
.
그날 저녘...
그녀의 시체는 발견 되었다. 그녀는 죽어 있었다.
그러나,
불에 타 죽은 것이 아니라...물에 빠져 죽은 것이다.
아직도 빠지지 않은 스프링쿨러의 물에...
燒死가 아니라 溺死였어도...
그녀는 용준의 곁으로 간 것임에 틀림 없었다.
중앙대 문예 창작과 : 주 대범...
010804..
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