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나쁜 동네, 좋은 동네.

-gajago- 2009. 12. 4. 21:01

고갯마루에 주막집이 있었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백발의 노인이 주인이었습니다.  

한 나그네가 오더니 물었습니다. 

"저 아랫동네로 이사를 가는 중입니다만, 저 동네 사람들은 좋은 편인가요, 나쁜 편인가요?"
"지금까지 살던 동네는 어땠수?"
"형편없는 사람들이었지요."
"그랬었군. 저 동네도 형편없는 동네일 거요."
"쳇, 또 재수 없는 동네가 걸렸군." 

얼마 후 다른 나그네가 오더니 똑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살던 동네는 어땠수?"
"아주 좋은 곳이었는데, 피치못할 일이 있어서 이사를 가는 길입니다."
"그랬었군. 아주 좋은 동네이지요. 아주 마음에 들 테니 빨리 가 보시우."
"감사합니다. 어르신네와 한 잔 하고 떠나고 싶습니다."

"아주머니! 여기 술 한 상 봐 주시오."  하더랍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이태조와 무학대사의 대화에도 있습니다.  
이태조가 무학대사에게  

"대사가 돼지로 보이는군요." 하자, 무학대사가 대답했습니다. 
"저는 임금께서 부처로 보입니다." 

돼지의 눈에는 돼지가 보이고, 부처의 눈에는 부처가 보인다는 얘기입니다.   

세상은 마음의 거울이라고 합니다.
즐겁게 보면 즐거운 세상이 되고, 형편없다고 생각하면 형편없는 세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자기 기준으로 외부의 것을 판단하는 것을 학자들은 ‘인지적(認知的) 틀’이라 부릅니다.
색안경을 쓰고 보면서도 색안경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자기의 색안경이란 곧 자기의 좁은 인지적 틀, 편견, 아집, 선입견등을 의미합니다.
그런 자기의 허물은 모르고, 남의 잘못을 찾아 내는 데는 귀신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자기의 세상도 어둡게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유연하고 다양한 자세, 밝고 따스한 눈으로 보는 습관이 그래서 중요하다는 이야깁니다.  
     
월간 '보람은 여기에' 서...


 
그렇지요?

그럼 난 지금껏 어느 동네에서 살아 왔을까?
혹시 부정적인 생각으로 나쁜 동네에서 살고 있지는 아니하였는지...
아니, 내가 나쁜동네를 만들지나 않았는지...

나의 생각이 나의 삶을 결정 한다는데...

2001-09-15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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