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선물이 고민입니까?

-gajago- 2010. 2. 7. 15:47

지금은 연말... 크리스마스 이브...
여기저기 선물도 주고, 또는 받고...
그래서 마음에 새겨둘만한 좋은 글이 있어 매거진에 올립니다.


 
♣선물이 고민입니까?

또 선물의 계절이다.
크리스마스, 졸업, 학교, 연말, 연시... 명분도 많다.
외면하고 그냥 넘길수도 없다. 무엇으로 할까? 누구나 이 계절이면 갖게 되는 고민이다.

물론 행복한 고민을 하는 사람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줄 마음의 선물을
고르는 일만큼 즐거운 일이 어디 또 있을까? 무엇을 좋아할까? 
혼자 이리저리 생각을 굴리면서 선물가게를 기웃거리는 순간만큼 행복한 일도 달리 없다.
받고 좋아하는 그들의 표정을 떠올리노라면 그지없이 마음이 포근하다.
이것이 선물을 주고받는 순수한 기분이요, 마음이다.

헌데 요즘은 어떻게 된 셈인지 선물이 행복한 고민이 아니라 부담스러운 고민으로 둔갑한 것 같다.

우선 우리는 선물이 너무 크다.
내 분수와는 아랑곳없이 선물은 값지고 커야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여유가 있다면 그것도 나쁘진 않다는 생각도 할 수 있겠지만, 그러나 여유가 있어도 이건 역시 안된다.
받는 상대가 부담스러울수 있기 때문이다. 선물이 오히려 결례가 될 수도 있다.
그걸 알면서 왜 우리 선물는 이렇게 커야 할까? 
실지로 잘 사는 미국이나 일본 사람의 선물에 비하면 우리의 선물은 거부처럼 엄청 비싸다.
그 사연을 따져보면 참 딱하다. 이게 곧 우리 가난의 유산이기 때문이다. 
작은 걸로 선물하면 째째하다 욕하지나 않을까? 인색하다 흉이나 보지 않을까? 

어느 쪽이던 체면상 있을 수 없는 일, 욕 먹지 않으려면 넉넉하고 큰 걸로 해야 한다. 과시용으로도 커야 한다.

선물을 고르면서 당신 마음이 행여 이렇게 든다면 그건 이미 선물이 아니다. 
처음에도 이야기했지만 선물을 골라 보낸다는 건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그게 부담이 된다면 이미 선물이 아니다. 어쩌면 그건 뇌물의 성격을 띄고 있는지 모른다.
당신의 체면용 허세나 과시가 아니라면...

잘 사는 서구 사람들은 참으로 마음에 와 닿는 감동적인 선물을 한다. 자기가 입던 옷을 깨끗이
빨아 손질하여 예쁘게 포장해서 선물한다. 거기엔 그의 체취가 묻어 있다.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있을까?
'내가 입어 보니까 아무래도 이 옷은 너한테 더 잘 어울릴 것 같애...' 이런 사연의 쪽지라도
발견을 하면 정말 감동적이다.

그네들은 자기가 읽던 책도 곧잘 선물한다.
자기가 읽은 후의 짧은 감상문도 적어 놓았다. 이건 단순한 책이 아니다. 
자기의 생각을, 느낌을, 가치관을 함께 하자는... 한 인간을 보내는... 전 인격체의 선물이다.
백화점에서 덜렁 사 포장해서 보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선물이다.
'재수없게, 자기가 쓰던 걸 선물 하다니...' 그런 선물을 받고도 행여 이런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선물을 보낼 자격도, 받을 자격도 없는 사람이다.

 
이시형 박사의 "아름다운 사회" 를 발췌함.
(생활 정보지 '교차로'에서...)


 

내일이 크리스마스로군요.
이미 선물이 준비되신분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제 준비하시려는 분들은 참조 되실까?

작으나마 선물을 준비할 수 없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요?
성의 문제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는...

행복한 성탄과 연말이 되시길...

 

2001-12-24

가자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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