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

-gajago- 2010. 2. 12. 16:37

이 글은 많은 분들이 한 두번쯤 읽은 글이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읽어도 읽어도 새로이 감정이 복받치는 이유는 왤까?
나만 그런가?

그럼, 다시 한 번 가자고.. 가 보자고...



3년 전에 한 선배의 결혼식에 친구와 함께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친구의 말에 의하면 선배가 결혼에 이르기까지는 마치 한 편의 연애소설을 연상케 할 정도로 

사연이 많았답니다. 바로 선배 집안의 엄청난 반대 때문에...

신부는 선녀처럼 아름다웠습니다.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였지요. 

주례선생님은 나의 은사이자, 선배의 은사이기도 했습니다.
머리카락이 몇 올 남지 않은 선생님의 머리는 불빛을 받아 잘 닦아놓은 자개장처럼 번쩍이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선생님의 주례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될 때까지 서로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검은 머리가 저처럼 대머리가 될 때 까지 사랑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 순간, 식장안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어지는 주례사는 하객들에게 재차 웃음을 던져 주었지요.

 

"제 대머리를 한문으로 딱 한 자로 표현하면 빛광... 즉, 광(光)이라 할 수 있지요. 

신랑신부가 백년을 해로 하려면 광나는 말을 아끼지 말고 해 주어야 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인간의 세 치 혀입니다."

하객들은 진지한 눈빛으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습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키라는 빛광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부부라 해도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여보, 사랑해. 당신이 최고야!' 라는 광나는 말은 검은 머리가 대머리 될 때까지 계속해도 좋은 겁니다."

그런데 그 순간, 하얀 장갑을 낀 선배의 손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선배는 신부에게 선생님의 주례 내용을 수화로 알려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모습에 눈물이 맺히는 건 나뿐이 아니었습니다.

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광나는 말씀으로 주례사를 마치었습니다.

 

"여기, 세상에 가장 훌륭한 신랑이 가장 아름다운 신부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을 해 주고 있습니다.

군자는 행위로써 말하고, 소인은 혀로써 말한다고 합니다. 오늘 저는 혀로 말하고 있고, 

신랑은 행위로써 말하고 있습니다. 신랑신부 모두 군자의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두 군자님의 제 2의 인생에 축복이 가득하길 빌면서 이만 소인의 주례를 마치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선생님과 신랑신부를 향해 힘껏 박수를 쳤습니다.
예식장은 하객들의 박수 소리에 떠나갈 듯 했습니다.

유머신문 '팡팡'(글쓴이: 이꼼)에서...

 

2002-01-10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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