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명상] | |
|
이런 생각을 해본다.
며칠 후에 이발소에 가야 한다.
만일 이발사가 얼마 안되는 돈 때문에 다른 사람의 머리 깎아주는 일을 안 하기로 했다면 어떻게 할까.
중도 제 머리는 못 깎는 법인데...
나는 오래 전부터 안경을 끼고 있다.
만일 안경집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위한 고생은 하지 않기로 했다며 안경 제작을 포기한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약도 네가 만들어 먹고 쇠고기나 돼지고기도 직접 도축해서 먹으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입고 있는 양복에는 털이 들어가 있다.
호주나 텍사스 지역에 사는 목축업자들이 정성을 쏟아 양을 치고 그 노력으로 얻은 털이 여러 과정을 거쳐
천이 되고, 양복점의 많은 사람들이 수고를 해 나에게까지 온 옷을 입고 있다.
내가 신고 있는 구두의 가죽도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캐나다와 뉴질랜드 사람들이 소를 키워 얻은
피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내 구두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땀을 흘리고 기술을 쌓아 만든 것일까.
이렇게 본다면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고마운 물건들은 전세계의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제공해 준 것이다.
내 지식도 그렇다.
옛 사람들의 저서나 선배 학자들의 가르침을 받은 것이며, 친구 및 후배 교수들로부터 얻어 내 것으로 만든 것이다. 나 홀로 창조해낸 것이 아니다.
사실은 지금 내가 이렇게 삶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모두 남들이 준 것이다.
부모, 형제, 친구, 스승, 이웃들로부터 얻어 받은 것으로 살아가고 있다.
99가지는 모두 다른 사람들로부터 제공받은 것이다.
그러면 그 대가로 내가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가르치는 일 하나만 하고 있다.
그 한 가지만이라도 열심히 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나에게 고마움과 감사의 뜻을 전해준다.
고맙다든지 감사하다는 마음을 아끼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얼마나 미안할 정도로 고맙고 감사한 세상인가.
그 주어진 한 가지 일 만큼은 최선을 다해 보답할 의무가 있지 않은가.
99를 받고 하나로 보답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나는 많은 것을 그들에게 주고 있는데 사람들은 나에게 주는 것이
무엇이냐고 불만이다. 심지어는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은 것을 받아야 한다고 불만과 불평을 터뜨리며 싸움과
투쟁을 벌이기도 한다.
곰곰히 생각해보라.
내가 이웃과 사회로부터 받아누리는 것에 비하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미미한가.
그것마저 싫다고 거부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되겠는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고마움과 감사를 모르는 사람이다.
그들이 사회적 고통과 불행도 만드는 것이다.
김형석|철학자, 연세대 명예교수(벼룩시장)
우리는 얼굴도 모르는 타인에게서 무수히 많은 걸 얻으며 살고 있지만,
항상 그걸 의식하며 감사히 여기고나 있을까요? 우선 나 자신도 그걸 까맣게 잊고 살아온듯 싶군요.
잘 생각해보면 백에 하나라도 남에게 베풀 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톡 건드리면 쨍~ 하고 깨질 듯 투명한 토요일입니다.
미치도록 화창한 이 봄날을 만끽 하시길...
020420..
가자고...
'마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는 피를 부를 뿐 (0) | 2010.04.26 |
---|---|
저는 요즘 찬밥입니다 (0) | 2010.04.04 |
해커 침입, 당신도 안전하지 않다. (0) | 2010.03.20 |
스스로의 힘으로도... (0) | 2010.03.20 |
★ 미국 각 주의 해괴한 법률들... (0) | 2010.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