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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가축 동시 재앙.
경기 안성· 용인, 충북 진천
첫 발병뒤 9만마리 도륙.
날뛰는 돼지 흙으로 덮으니
축산농가 꿈도 파묻혀...
환경문제 걱정. 생계도 막막.
경기도 안성시, 용인시, 충북 진천군의 농촌마을에 거대한 돼지무덤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 3일 안성시 삼죽면 율곡마을의 한 농장에서 처음으로 돼지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최근까지 반경 500m
이내의 돼지 1만8천여마리가 `살처분'을 받고 매립되었다.
돼지들이 묻혀가는 동안에도 구제역은 인접 마을로 확산되었다.
15일부터는 진성으로 판명된 축산농가 주변 3㎞까지 살처분 범위가 확대됐다. 다시 5만여마리가 묻혀야 한다. 이번에 죽음을 당한 돼지는 모두 9만마리가 넘는다. 죽인 돼지는 외부로 싣고 나올 수 없다.
이동과정에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확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자기 집 돼지는 자기 집 땅에 묻어야 한다.
첫 발생지인 율곡농장에선 8,700여마리를 한 구덩이에 묻었다.
수가 너무 많아 한 마리씩 전기충격을 가하기도 힘들어 구덩이를 판 뒤, 돼지를 산 채로 몰아넣고 흙을 덮었다.
솟아오른 돼지 무덤 위에는 `발굴금지' 경고판이 꽂혔다.
용인시 백암면 장평리는 율곡리에서 3㎞ 떨어져 있다.
장평리 돼지들은 15일부터 도륙되기 시작했다.
이 마을 3개 축산농가의 돼지 2500여마리가 밭이나 공터에 묻혔다.
모두 축사나 마을에서 가깝다.
돼지 무덤과의 거리는 250~300m 정도다.
이 마을 박아무개(42)씨도 이날 돼지 1천여마리를 묻었다.
묻을 땅이 따로 없어 축사와 잇닿은 수박재배용 비닐하우스 두 동을 헐었다.
포크레인을 몰고 온 방역공무원과 군인들이 구덩이를 팠다.
공무원들은 돼지를 다룰 줄 몰랐다.
박씨는 공무원들의 간청으로, 제 손으로 기른 돼지를 구덩이 속으로 내몰았다.
중장비 기사들이 포크레인 바스켓으로 소리치며 날뛰는 돼지들을 꾹꾹 누르고 흙을 덮었다.
박씨의 돼지는 특수사료를 먹여 기르는 `브랜드 돼지'다. 박씨는 면소재지에 정육점도 차렸다.
돼지고기 전문식당도 차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박씨는 이날 꿈을 단념했다.
박씨는 이날 정육점 문을 닫았다.
지난 13일 저녁 농림부 고위관리들이 이 마을에서 축산농민들을 만났다.
정부 입장은 `신속한 매립'이었다. 농민들도 매립에 반대하진 않았다.
그러나 농민들은 생계와 환경문제에 대한 정부 대책을 따졌다.
돼지를 시가로 보상해주더라도, 언제 다시 돼지사육을 시작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생계는 막연하고,
또 새끼돼지를 다시 어미돼지로 키우는 동안의 투자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정부관계자는 `선 매립, 후 대화'를 주장하고 돌아갔다.
주거지에서 가깝거나 경작지 한복판에 들어선 거대한 돼지무덤도 농민들을 겁나게 한다.
장평리 마을은 상수도가 없어 지하수를 모터로 끌어올려 쓰고 있다.
돼지무덤과 마을사이에 냇물이 흐른다.
더운 여름 돼지무덤에 고이는 침출수가 지하수에 스며들지나 않을지, 농민들은 시름겹다.
구제역은 가축의 역사와 함께 한 오래된 전염병이다. 사육되는 돼지는 돌아다니지 않는다.
구제역은 인간이 돼지에게 옮기는 병이다.
이번 구제역 전파경로도 지방도나 산길로 연결된 마을들이다.
해외여행자가 급증하면서 아시아의 구제역은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로 권역화됐다.
건국대 수의학과 류영수 교수는 “구제역은 인간에 의한 재앙”이라고 말했다.
인간이 동물에게 재앙을 가져다주고, 그 재앙은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고 있다.
인간과 가축의 관계는 여전히 상호의존적이다.
돼지무덤들은 늘어나고, 돼지가 사라진 마을마다 사람들은 겁에 질려 있다.
지난 5일 돼지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진천군
이월면 사곡리에 방역복을 입은 군인들이
소독약을온 몸에 맞으며 마을로 들어가고 있다.
김훈 기자 hoonk@hani.co.kr 한겨레에서...
흐유~ 비극이 따로 없다. 생매장이라...
과거 22년 전의 광주의 처참한 모습이 함께 떠오르는 건?
오늘... 5.18에 접한 돼지의 생매장 소식이라...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나서 몹쓸 짓 많이 한다.
산채 매몰되는 돼지는 어떻고,
자식같은 돼지를 생매장 시키는 농부는 또 어떨까?
020518..
가자고...
2010년 봄 현재도 진행중이군요. 구제역으로 속타는 농민들의 마음이...
20100426..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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