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부모들의 숙제

-gajago- 2010. 6. 24. 19:35
아버지와 함께한 기억의 마지막 영상은 이런 것이다.
우리는 바다로 여행을 갔고 해변의 긴 의자에 앉았다.
 
아버지는 여느 때와는 다른 어조로 무슨 얘기인가를 하셨다.
그건 아름다웠지만 듣기 난처하기도 한 무엇이었다.
 
하시고픈 말씀이 무엇이었을까?
이제 와서는 알 도리가 없다.
 
하지만 그때 나는
아버지의 말이 우리 두 사람 모두의 생에 본질적인 어떤 것임을 느꼈다.
 
잠시 후 아버지는 바다에서 지척으로 가까운 모래밭에 뭔가를 쓰셨다.
파도가 곧 밀려들면 글자들을 지우리란 것을 뻔히 아셨으면서도.

미하엘 크뤼거의 「달빛을 쫓는 사람」중에서...
sbs - FM 라디오,  손숙· 배기완의 월간[아름다운 세상] 2002. 10월호.

 

그렇담 나는...
훗날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아버지의 모습으로 기억될까.

나의 어떠한 행위가 저들에게 이렇게 '길고 긴~' 여운을 갖게 할까.

나의 현재의 모습이
우리 서정이와 새랑이의 미래의 기억에,
그들의 인생에, 
뭔가 도움되는 모습으로 기억돼야 할텐데...

부모된 우리의 공통된 과제나 아닌지.

021108..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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