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비 오는 날의 오후

-gajago- 2010. 7. 16. 23:54

오늘같은 비를 뭐랄까...

글쎄~ 썩 좋은 느낌이 아니다.

종일 추적추적, 갈팡질팡...
한 겨울에, 갈증나는 대지에 내리는 비야 반갑기도 하겠지만 하릴없이 비를 맞으며 그냥 걷는다.
한, 두어 시간을...

뭐 그리 한가해서도 아니다. 그렇다고 이 나이에 괜히 센치해져서도 아니다.

볼 일 때문에 나선 길을 미처 우산을 준비 못한 자책으로 그냥 걸었다.

그렇다고 개인 차편을, 대중 교통의 힘을 빌리긴 너무 가까운 거리의 여러 곳...
그 여러 곳을 스스로에 고문이나 하는 양, 온 몸으로 비를 받아내며 걸었다.
그래도 머릿속으로, 목덜미로 빗물이 들어가는 건 차마 방치를 못하겠기에 점퍼에 달린 모자를 썼다.
그러한 몰골로 걸었다.

그런데 나와 같은 사람이 의외로 참 많다. 우산도 없이 걷는 그런 사람들...
물론 내리는 비의 양은 그리 많지안아 맞을 만 하다. 집에도 많은 우산을 새로 준비하기엔 억울하다.
다른이들도 나 같을까?

이러한 비를 그냥 맞고 걸으며 '참 지저분하게도 내린다'라는 말로 스스로 준비성 없음을 애써 감춘다.
내리는 비가 무슨 감정이 있겠고, 잘못이겠는가 마는 애꿎은 비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걷는 꼴이 우습다.
그럼에도 이왕 내리는 비, 차라리 좍좍 내려 도로나 깨끗해졌음 하는 푸념도 해 보았다.
그랬으면 억울한 생각없이 우산을 샀을까?
미리 준비를 못한 자책을 이렇게 곱씹고 있지는 않게 됐을까?

내 마음, 내 일 이지마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젠 그쳤나?

내리는 비 만큼이나 갈팡질팡한 글이다.

2003-01-17.

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