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숙녀(서정이방)

3. 나의 天刑같은 이야기...

-gajago- 2009. 7. 6. 21:00

3. 나의 天刑같은 이야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
어쩜 1, 2부로 나눠서 써야 할 것 같기두 하고...

이건 나의 현실이다. 장애아동을 둔 부모의 천형같은 아픔...

음~ 난 딸만 둘이다. 아홉 살과 여섯 살...(원래로 하면 셋이었을 수도 있겠다.)

현재 큰 애가 청각+언어=중복장애1급...
큰 애 이야기에 앞서 원래 셋이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부터 해야 할 것 같다.

난 92년 봄에 결혼 했다. 당시엔 대구에 살았구...
첫 애를 갖고...동내 개인 병원에 잘 다니다(어떠한 이상 여부도 모른 채...)
임신 7개월 쯤 되어서, 아무래도 큰 병원이 나을 것 같아 동대구역 부근에 있는
파티마 병원(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종합병원)으로 옮겼다. 헌데 거기서...
거기서...
애가 잘 못 돼 있다 한다...그래서 포기하라구...열 달을 채워도,
살아서 나올 확률이 없고...설령 살아 태어난다 해도...못 산다구...

이게 무슨 청천 벽력같은 말인가? 애 엄마 배를 만지면 잘 놀곤 하는 데...
이유는 콩팥이 문제... 두 개다 너무 비대해(임신 7개월 째 보통 팥알만 하다면
얘는 밤톨만 하고...또한 기포 덩어리로 되어 있어서) 생존 확률은 제로라고...
그래서 없애자고... 엄마 배 속에서 한창 잘 노는 놈을...

이럴 경우 남들은 어찌 할까?

이유를 물었다. 왜 그러냐고...
병원측은 모르겠다는 말 만...오히려 우리(양쪽)의 과거 病歷을 묻는다. 유전적일 수도 있다고...
헌데 내가 알기론 양 쪽(본가,처가)다 그러한 사례는 없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렇게 말 했더니 환경오염 때문에 그럴 수 있다 한다. 요즘은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 같지만,
당시 대구는 물론 전국이 낙동강 오염 문제로 한창 시끄러웠다.(페놀 방류사건)

며칠을 고심끝에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헌데 한술 더 떠 병원측은 조직검사와 부검을 해 보자 한다.
난 완강히 거절했구.... 애를 두 번 죽일수는 없다고...
헌데 어쩌나?  원인이라도 알아야 다음 갖을 애는 사전 예방 할 수 있다는 데...
결국 그리 했지만...(파티마에서 계명대 부속 동산 의료원으로 위촉해)
원인규명은----------------------->안됐다.

결국 난 애한테 두 번이나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평생 가슴에 묻어둘 죄를...

그 애는 아들이었다. 아주 잘 생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억지로 死産해서 나왔을 때의 모습이...

그래도 지금은 잊혀져 가는 과거의 이야기였지만...

현재의 큰 애는...(지금 아홉 살의 서정이...)
얘도 임신 7개월 쯤 됐을 때  콩팥 한 개가 이상이 있다 한다.(같은 병원)
헌데 얘도 정상으로는 태어날 수는 있겠으나 세 살을 넘기기 힘들겠단다.
세상에... 전생에 그 무슨 죄를 얼마나 졌길래 이러한 일이 또...

그 심정 어느 누가 알까?
어쩌면 같은 죄를 두 번씩이나 지게 될지 모르는 부모의 심정을...

그래서 이번엔 포기 못한다 했다. 나중엔 잘 못 되더라도 운명으로 알겠노라고...
담당 의사도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랬는 데...
그랬는 데...
이 놈이 7개월만에 세상에 나왔다. 뭐가 그리 급한지...

애 엄마가 12월(93년) 연말연시에 인천으로 혼자 올라와서
시댁, 친정으로 왔다갔다 하다 무리해선지... (미처 성숙되지도 않은 놈이 2kg이 채
않됐던가 조금 넘었던가 해서...) 인천 세광병원에서 낳았다가 부평 성모병원의
인큐베이터안에 한 3개월 있었다.

그 이후로,(인천으로 이사 온 후)
세 살쯤(16개월?) 신촌 세브란스에서 청각장애란걸 알았다.아뜩했다.
수술을 해 주라 한다. 지금은 너무 이르고 취학 전 쯤 해서...
헌데 웃기는 것은~ 현재 의술론 수술을 해도 성공 확률은 50%미만이란다...
쉽게 말해 의술 실험대상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의사왈~ 지금은 많이 발달(의술?)해서
취학 전이지 예전엔 18세 이후에나 수술을 했단다. 수술비가 적기나 한가?
5000만원 안밖이라는데...그래도 성공 확률만 높다면 집팔아서라도 하겠지만...
그래서 실험도구밖에 안된다면?
(첫 번째 포기한 그 놈도 결국 파티마병원과 동산 의료원의 실험대상밖에 안 된 셈인데...)

다른 병과는 달리 청각시술은 그리도 어려운가 보다. 하다못해 간이나 눈같은 것은
다른 사람걸 이식해서도 되나 청각기관은 이식도 안되고...현재로선 외부(귀)에 보청기를 끼듯,
내부에 보조장치를 심는 방법밖에는...

지금은 어느덧 아홉 살...
비록 잘 듣지는 못하고(청력:100~120db->최악) 그래서 말도 잘 못하나
아주 건강하게 이쁘게 컸다. 그것만으로도 참으로 감사할 밖에...

부모야...
평생 그렇게(가슴 아프게) 산다 치더라도 그 녀석은 평생을 어떻게 살아가려는지...

여기에 들어 오시는 모든 분들...
어쨋든 우리 힘든 세상살이 힘 내 보자구여~
세상살이가 이리도 힘들지만 그래도 감사하게 생각할 부분은 얼마든 있습니다.

그렇게도 악 조건인 우리 서정이가(서정이다. 이름이...)
건강하고 이쁘게 잘 자라 주었다는 것---------------->그저 고마울 뿐이다.

 

2001.02.22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