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숙녀(서정이방)

4. "밀물"에서 옮김...(서정이 학교 校誌)

-gajago- 2009. 7. 6. 21:01

4. "밀물"에서 옮김...(서정이 학교 校誌)


2000년 6월 17일 본교(인천 성동학교)에서 인천고 1년 학생들과 '만남의 장' 이후,
인고 학생들이 보내온 감상문중 일부...

<승한이 형과 함께>------인천고 1년 김 기수...

처음 우리는 서로 너무나 어색했다. 장애인이란 편견으로 멀리만 해 왔던 그들이다.
운동 시합을 하며 서로간의 벽을 서서히 무너뜨려 갔다. 
  
다음 가진 대화의 시간에 나는 승한이 형과 필담을 나누게 되었다.
솔직히 처음엔 시간만 채우다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치현이가 그 형에게 말을 건냈다. "안녕 하세요? 이름이? 나이는 요?"
물론 우리는 수화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종이에 써서 말을 건냈다.
그 형은 '이 승한'이라는 세 자와 '20'이라는 숫자를 썼다.
그 형은 고등학교 3학년 과정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물론 우리보다 몸이 불편해서 어려운 과정을
배우지 못하지만, 나중에 돈을 많이 버는 게 꿈인 아주 순수하고 맑은 청년이었다.
맨 처음에는 딱딱했던 분위기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풀리기 시작했다.
서로 편하게 이야기
하고 대답하고... 

어느 덧 우리는 장애를 넘어선 대화를 하고 있었다.
대화를 하던 도중 성동학교의
어느 선생님 한 분이 "이번 기회에 수화를 배워가는게 어때?"
라고 하셔서 우리는 승한이 형한테 "나이는 몇 살이에요? 제 이름은 ㅇㅇㅇ입니다."
라는 말을 수화로 하는 것을 배웠다.
그런데 그 형은 특히 장난이 심했다. 우리에게 여학생을 소개 시켜준다고 했다.
우리는 어느 덧 그 만큼 다정한 형과 동생이 된 것 같았다.
그 형의 모습은 우리와 하나도 다를 게 없었다. 다만 말을 못하고 소리를 못 들을 뿐이다.
똑같이 생각하고 사랑도 하고 장난도 치고 정말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다른 게 하나도 없는데
왜 우리는 장애인과 벽을 쌓고 그들을 멀리 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분명 사회에 뿌리박혀 있는 장애인에대한 고정 관념 때문일 것이다.
  
승한이 형과 아쉬운 작별의 순간이 다가왔다.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그 형과 악수를 하고 헤어져야만 했다.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장애인은 비정상인이 아닌 단지 몸이 조금 불편한 정상인이라는 걸 알았다.
우리의 편견과 선입견의 눈으로 바라본 시선이 그들을 얼마나 아프게 하
는 것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들은 단지 몸이 불편할 뿐인데 우리가 그들을 비정상인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승한이 형같이 순수하고 맑은 청년이 장애 때문에 사회에 진출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안타까
웠다. 그리고 장애인도 당당한 사회의 주역이 되는 그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

그래~ 지금과 같은 마음을 평생 가지고 산다면...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늘어 난다면,
몸이 조금 불편한 정상인이(장애인) 세상살기 좀 더 편해질지 모르겠다.
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