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숙녀(서정이방)

3일 동안 만 볼 수 있다면...(채 규철 박사님 글)

-gajago- 2009. 7. 6. 21:03

5.  3일 동안 만 볼 수 있다면...(채 규철 박사님 글)


이 글은 채 박사께서 세미나 때마다 약 4~5분에 걸쳐 암송하는 글로
가만히 눈 감고 듣고 있으면 그 절절한 느낌이 그대로 내게 전해오는 듯하다.
그래서 내가 갖지 못한 것 보다 갖고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다행인가 하는 마음에
숙연한 느낌이 절로 젖어든다.
그래서 이 글을 님의 저서인 "사명을 다하기까지는 죽지 않는다." 에서 전문을 옮긴다.

참고로 님은 1937년에 함흥에서 태어 나서 촉망받는 인재로 정열적으로 사회사업등에 헌신하다
68년 불의의 교통사고(김해)로 死地에서 하늘의 도움으로 기사회생, 몇 번의 대수술로
현재의 모습으로(귀신같다 : 죄송~ 여기저기 살을 뜯어 붙여 얼굴, 팔 등을 만든 관계로...
현재 양 귀가 없고 한 쪽 눈이 안 보이심.) 아주 정열적으로 살아 가시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고
숭고하게 보인다.

경력~
전: 풀무 농업학교 교사, 서울 청십자 의료 협동조합 전무, 장미회(간질환자 진료사업모임)창립,
현: 연수원등 수 많은 교육장에서 장애를 극복한 삶을 주제로 강의.
      사랑의 장기 기증운동본부 창립이사.
      두밀리 자연학교 교장...
저서~
수기 :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수필집 : 사람은 두 번 죽지 않는다.
수기,수필 : 사명을 다하기까지는 죽지 않는다.등...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 한 두번쯤 님을 접해 보신 분도 있으리라. 방송에서건 세미나, 강연 때건...
혹시 그렇지 않은 분들은 기회가 된다면 접해 보심이... 지금 이 글을 옮김에 있어
몇 번의 세미나때의 감동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하다...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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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동안만 볼 수 있다면...(원래 헬렌 켈러의 글)
나는 가끔 생각해 보기를, 사람은 성인이 되는 초기에 2~3일 동안이라도
맹인이나 귀머거리가 되어 본다는 것은 하나의 큰 축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암흑은 그로 하여금 빛에 대한 감사를, 침묵은 음성의 즐거움을 가르쳐 줄 것이다.
종종 나는 눈으로 보는 친구들에게 그들이 무엇을 보았는지에 대하여 테스트해 보기도 한다.

얼마 전에 나는 오랫동안 숲 속을 산책하고 돌아온 친구에게 "무엇을 보고 왔느냐?" 고 물었다.
그런데 그녀는 "아무 특별한 것이 없었다" 고 대답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물어 보기를

'어쩌면 그럴 수 있을까? 한 시간 동안이나 숲을 산책하고 왔는데, 신기한 아무 것도 볼 수 없다니?'

보지 못하는 나는 손끝의 촉감만을 통해서도 수백 가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다.
나뭇잎의 섬세한 좌우 대칭도 느낄 수 있고, 거칠고 주름진 소나무나 부드러운 자작나무의 껍질을
통해 그들의 사랑을 느낄 수도 있다. 그리고 봄엔 기대에 찬 손으로 나뭇가지에 돋아나는 꽃눈을,
겨울잠 자고 처음으로 깨어나는 꽃순들을 느끼고 알 수 있다. 혹은 운이 좋으면
작은 나무에 살짝 손을 대고 그 나무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새들의 행복한 진동도 느낄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손끝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동경으로
마음으로 울부짖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촉감만으로도 이처럼 즐거운데,
내가 만약에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나는 내 눈을 사용해 더도 말고 3일 동안만 이 세상을 볼 수 있다면 하고 상상해 본다.
나는 그 기간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놓겠다.

첫날은,  우정과 친절로 나로 하여금 인생의 살 가치를 갖게 해 준 내 친구들을 보고 싶다.
나는 영혼의 창문인 눈을 통하여 친구들의 심장을 꿰뚫어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지 못한다.
나는 손가락 끝 촉감을 통해서만 그런 표정들을, 그들 얼굴의 외형만을 알 수 있었으니까!
나는 웃음, 슬픔, 그리고 여러 가지 밝은 감정들을 분명히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친구들의 얼굴 표정을 통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본질적인 성품을. 감정 표현의 미묘함을 통해서, 안면 근육의 움직임을 통해서,
그리고 손의 움직임을 통해서 이해한다면 얼마나 쉽고 얼마나 만족스러울까?

당신은 친구의 내면적인 본질을 당신의 눈을 통하여 꿰뚫어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얼굴의 외형만을 통해서 건성으로 파악하고 그대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예를 들면 당신은 가장 사랑하는 다섯 친구의 얼굴을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
시험적으로 나는 여러 남편들에게 자기 아내의 눈 색깔을 말해 보라고 한다.
그들은 종종 혼동하거나 아니면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오! 내가 3일 동안만 볼 수만 있다면 어떻게 될까? 첫날은 매우 바쁜 날이 될 것이다.
나는 우선 친구들을 모두 다 우리 집에 불러모아 놓고 그들의 얼굴 하나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면서
그들의 내부에 숨은 아름다움의 외부적인 특징들을 내 가슴속에 깊이깊이 간직해 두겠다.
다음에는 어린이의 얼굴에 눈을 고정하고
약육강식의 의식이 생겨나기 전의  순진하고 사랑스러운 아름다움을 보고 싶다. 
그 다음에 나는 내가 읽던 책들을 보고 싶다. 내 인생에 가장 깊은 정신적인 물 줄기였던 그 책들을...
그리고 나서 내 강아지들의 충성스럽고 믿음직한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싶다.
그러다 오후가 되면 시원한 숲 속을 오래오래 산책 하면서 자연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싶다.
그리고 저녁 노을의 찬란함을 위해 기도 드리겠다. 그날 밤은 아마도 밤새 잠 못 이룰 것이다.
  
다음 날 나는 먼동이 틀 때 일어나서
밤이 낮으로 변해 가는 놀라운 기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잠자던 세계를 깨우는 빛의 찬란한 파노라마를 경외의 눈으로 쳐다볼 것이다.
이 날 나는 세계의 현재와 과거를 대충 더듬어 보기 위하여 내 모든 정열을 쏟을 것이다.
그리하여 인류의 진보와 장관을 보기 위해 박물관으로 가겠다. 박물관에서 내 눈은
지구 동물의 요약된 역사와 원시 환경에 나타난 인류의 선조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인류가 이 지구 위에 출현하기 전에 살고있던 공룡들과 선사시대에 살던 큰 코끼리들,
작은 몸집의 강력한 두뇌로 이 동물의 왕국을 정복하려 했던 유적들을 볼 것이다.
 
다음에 나는 미술관으로 가겠다.
그곳에서는 고대 나일강 유역의 여러 신들의 조각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리스 아테네 신전의 장식물들의 모형들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고
또 희랍 전사들의 리드미컬한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호머의 괴팍한, 수염 달린 모습은 나에게 더욱 친근감을 줄 것이다.
왜냐하면 그도 역시 장님이었으니까.

이렇게 하여 나의 둘쨋 날은 인류의 예술을 통하여 인간의 영혼을 탐구하는 하루가 될 것이다.
만져서만 알았던 사물들을 보아서 알 수 있게 되었다.
더욱 황홀한 것은 미술의 놀라운 세계를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표면상의 느낌만 갖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말하기를,
예술은 깊고 진실되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눈을 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사람은 경험을 통하여 색깔과 형태, 선과 구성의 장점을 배운다.
내가 만약 볼 수 있다면 나는 얼마나 행복하였을까?
 
둘째 날 저녁에는 영화관에 가서 보내겠다.
햄릿의 매력적인 모습이나 다채로운 엘리자베스 시대의 장식 속에 돌풍처럼 나타나는
팔스탭 기사의 모습을 관람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손으로 만져서 얻는 한정된 이외의 율동적인 운동의 미를 즐길 수 없었다.
비록 리듬의 기쁨을 약간 알기는 하지만, 그것은 오직 파블로프의 반사작용에 의하여 희미하게
느낄 뿐이다. 왜냐하면 나는 가끔 마루를 통해서 전해지는 진동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상상한다.
율동은 이 세상에서가장 우리를 즐겁게 하는 구경거리라고...
나는 이와 같은 즐거운 기분을 조각된 대리석의 곡선을 만질 때 느끼곤 한다.
이런 정지된 우아함도 그렇게 사랑스러운데,
하물며 움직이는 동작의 우아함을 봄으로써 느끼는 그 스릴은 얼마나 경이로울까?

세째 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새로운 아름다움의 계시와 새로운 즐거움등을 발견하기 위하여 열심히 찾아다닐 것이다.
처음에는 바쁜 거리의 골목에 서서 사람들의 오고가는 그 한가운데서 시간을 보낼 것이다.
내 목적지는 도시가 될 것이다. 나는 바쁜 거리의 골목에 서서
사람들이 어떻게 그들의 일상생활을 시작하는가를 이해하기 위하여 단순히 쳐다보기만 하겠다.
사람들의 입가에서 미소를 본다면 나는 행복할 것이고,
사람들의 얼굴에서 슬픔을 본다면 나는 동정을 금치 못할 것이다.

다음에 나는 뉴욕의 변화가인 피브스 에버뉴로 걸어가 무심히 내 눈을 거리에 던질 것이다.
어떤 특별한 목적 없이 단지 색깔의 요지경을 보고 싶다. 내가 확신 하건데
군중속에서 움직이는 여성들의 옷 색깔은 내가 결코 지치지 않는 탐스러운 장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내가 시력을 가졌다고 하면 나도 다른 많은 여자들과 같이 스타일에만 관심을 두고
대중속에서의 황홀한 색깔의 황홀함에 대하여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피브스 애버뉴에서 시내 관광을 하겠다. 빈민굴,공장,어린이들이 뛰어 노는 공원으로...
나는 또한 외국인들의 주거지에 가서 국내에서의 외국관광을 할 것이다.
항상 내 눈은 행복과 비참함의 양면을 보느라고 휘둥그래져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일을하고 사는지에 대한 이해를 좀더할 수 있을 것이고,
더 깊게 탐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나의 세째 날 구경이 끝나려고 한다.
아마 나는 나머지 몇 시간을 내가 간절히 원하던 많은 것들을 위해 몰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마지막 저녁에는 좀 두려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해학적인 연극을 하는 극장으로 뛰어 가겠다.
여기서는 인간 정신을 풍자하는 코미디의 하모니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짧은 3일 동안 나는 내가 보고 싶었던 모든 것을 당연히 보지 못했을 것이다.
단지 어둠이 내려오기 시작할 때, 나는 내가 보고 싶었던 것 중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보지 못 하였나 하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아마도 이처럼 짧은 아우트라인은 만약 당신이 장님이 되려고 할 때 구상하는
그 프로그램과는 일치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내가 확신하는 것은
당신이 맹인이 되는 운명을 맞게 되었다면, 당신의 눈을 결코 전과 같이 쓰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이 보는 것마다 당신에게는 귀중한 것이 될 것이다.
당신의 눈은 당신의 시계(視界)안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과 사물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하여 무던히 애쓸 것이다.
그 때 드디어 당신의 눈은 진실로 보게 될 것이다.
아름다움의 새로운 세계가 당신 앞에 전개될 것이다.
 
 맹인이 된 나로서는 당신들 보는 사람에게 줄 하나의 충고는 이것이다.

"당신의 눈을 쓰되 마치 내일 당신이 맹인이 된다면 하는 기분으로 쓰시오.
다른 감각 기관으로도 같은 방법을 쓸 수 있습니다.
음악을 들으시오. 새 소리를 들으시오.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줄들의 화음을 들으시오.
마치 내일 당신이 귀머거리가 된다면 하는 기분으로.
당신의 감각 기관이 내일이면 마비 된다면, 하는 기분으로 모든 사물을 만져 보시오.
꽃들의 향기를 맡으시오. 그리고 한 입 한 입 맛있게 맛 보시오.
마치 내일이면 냄새도 맛도 못 느끼는 기분으로
당신의 모든 감각을 최대한도로 이용 하십시오."

이 세계는 당신에게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하여 자연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주고 있다.
모든 면에 대하여 감사를 돌리자. 그러나 모든 감각 기관 중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이 세상에 즐거운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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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길어 다소 힘들었으나 박사께선 줄줄 암송 하는데 이 정도 쓰는거야
뭐 그리 수고스러우랴. 어쨋든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선 내가 직접 암송하는 기분으로
성우들 처럼 감정을 넣어 읽으면 더욱 큰 느낌이 밀려 오리라...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