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장하다, 우리 서정이...
오늘...
서정이가 처음으로 혼자서 학교엘 갔다.
서정이 올 해 10살... 초등학교 2학년...
장애인(청각+언어)인 서정이는 1년을 늦게 학교엘 들어갔다.
유치부때부터 지금까지 줄곳 엄마와 다녔다.
그러던 서정이... 오늘... 혼자서 학교에 갔다.
오늘 아침, 동생 새랑이의 유치원 등원 준비중에 애들 엄마가 허리를 삐끗했다.
꼼짝도 못하는 상태... 엄마 대신 서정이가 동생을 유치원 버스를 태워 보낸다.
기특한 녀석... (난 오후 출근이라 아직 씻기도 전)
그리고...
급기야 일어난 내가 서정이에게 말했다.
"아빠하고 학교에 갈까?"
한사코 손사레(잘 되지도 않는 말로, 손짓, 몸짓으로)를 친다. 자기 혼자 가겠노라고...
눈치가... "싫어, 싫어. 아빠는 집에 있어 나 혼자 갈꺼야...!"
막무가내다.
어쩌나...
여지껏 혼자 다녀 본 역사가 없는데... 거리가 가깝기나 한가?
여기 주안역에서 서울행 전철을 타고 부평역으로 가 인천 지하철로 갈아타야 하는 거리... 동수역...
일반인들이야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거리, 상황이건만 서정이에게는...
못내 불안하다.
부랴부랴 꼬리표(명찰)를 목에 걸어주고 보냈다.
다녀 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혼자 씩씩하게 집을 나선다.
보내고 나서 애들 엄마가 학교(담임 선생님께)에 전화를 한다.
서정이를 혼자 보냈노라고...
.
.
.
.
이윽고, 한 9시 쯤...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서정이가 혼자 학교에 잘 도착했다고...
'고맙다, 서정아...'
우리 서정이가 이제 혼자서 학교에 갈 수 있을 정도가 되다니...
여지껏 혼자서는 동네 슈퍼 한 번 가 본 적이 없는데...
엄마와는 잠시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데...
그러고 보니, 우리가 서정이를 너무 과소평가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나름대로는 이렇게 잘 할 수도 있는데...
좌우간, '우리 서정이 만세다'
021121..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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