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어느 엑스트라

-gajago- 2009. 11. 24. 19:53

오늘은 이종환, 최유라씨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에 방송(8/22)된 어느 청취자의 아르바이트 경험담을 소개해 보자. 
나처럼 차량 이동이 많은 분들은 차량안에서 들은 분도 있으리...


 

음~ 그러니까 한 10 몇년 전 내가 대학 1학년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휴학을 하고 딩굴딩굴 어머니의 눈치밥을 축내고 있을 때의 일이니까.

하지만 나도 눈치가 있지...  
하루종일 종일 방콕에서 뒹굴거리다 자반도 뒤집다... 그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때 한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르바이트 자리가 났으니 여의도로 00시까지 오라고...
그래서 친구 A를 불러 시간내에 도착 했다는 거 아닌가. 
거길 가서 보니 방송국 드라마 엑스트라란다. 
그래서 방송국의 버스를 타고 촬영 현장인 민속촌으로 향했다. 

촬영 내용은 삼국시대의 사극이었는데, 역할은 신라의 포졸역할이었다.
나는 포졸 7, 친구는 8...

어느 아가씨가 잽싸게 얼굴에 본드 비스무레한 것을 바르더니 염소수염같은 수염을 붙인다.
물론 우리는 신라의 포졸복을 입고 있었구...
그러고 나서 조감독의 주의사항...

"너희들은  아주 중요한 역할이다. 카메라를 봐서도 안되고, 함부로 말해도 안되며, 
쓸데없는 표정을 지어서도 안된다. 표정 관리를 잘하라." 

그리고, 한 참을 기다려도 촬영을 시작할 기미가 안보인다. 친구가 어렵사리 얻어온 정보...
주연 배우가 일이 있어 아직 안 왔다나?

내가 여기서 한마디 하겠다.

"주연이면 다냐? 자기 한 사람 때문에 30~40명이 무작정 기다리고... 수 많은 스텝진까지...
그러는게 아니다."

어쨋든 그렇게 기다리며 거리를 배회하는데, 장소가 민속촌인지라... 

구수한 파전 냄새가 후각을 자극 하는데 미치겠다.
그래서 친구랑 딱 한장만 먹기로하고, 시켜놓고 먹는데... 
이놈의 파전이 우리에게 욕한다.

'세상에 파전만 먹는 놈들이 어딨냐고... 자기 친구인 동동주도 시키지...'

두 분(이종환, 최유라씨를 말함)은 그 상황에서 어쩌겠는가. 
결국 동동주를 한 항아리 시켜서 먹는데 그 맛~ 미치겠더라. 

그런데 한 창 먹을 때인 대학생인 우리가 그걸로 만족하리라 보는가. 

알딸딸 할 때까지 먹었다. 그러다 보니 배도 부르고 잠도 오고... 그래서 여기저기 둘러보니... 
여기가 바로 민속촌 아니던가. 사방이 아주 깨끗이 청소가 된 빈 방이 많더라.
그중 어느 사대부집 같은 델 들어가 잠이 들었다. 포졸인 주제에 말이다.

한참을 자다 깨어보니... 이미 칠흑같이 어두운 밤...
아흑~ 아무리 둘러봐도 스위치도 안보인다. 깜깜한 방안이 마치 귀신이 나올 것만 같았다.

'아아~ 내가 죽었구나. 이렇게 팔팔한 나이에... 장가도 못 가보고... ㅠㅠ'
그러다가 어둠에 눈이 익어 밖으로 나가다 친구를 밟았다. 친구가 깼다.

"야~ 너 왜그래?"
오~ 그때처럼 친구가 그렇게 좋은 줄 몰랐다.

"야~ 고맙다. 너도 죽었구나. 친구를 위해 같이 죽다니... 넌 진짜 친구다."

그러자 친구녀석, 내 머리를 줘 밖는다.

"정신 차려! 임마~"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깜깜한 밤이라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있어야지...

천신만고 끝에 밝은 불빛이 있는데를 찾아가니 한창 촬영중이었다.
그래서 잽싸게 포졸속으로 들어 가려는데, 
왠 하얀 소복을 입은 귀신이 우릴 보더니 졸도하는 것이었다.

세상에... 귀신이 사람을 보고 졸도를 하다니...

나중 알고보니 귀신 분장을 한 그 배우는 

우리가 어둠속에서 뛰쳐 나오니 놀라서 기절한 것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야! 포졸들... 너희들 거기서 뭐해? 빨리 안 들어가?"

우리는 포졸들 사이로 무사히 합류했고... 한참을 그렇게 촬영을 하고... 10분간 휴식...
우리는 '휴~ 살았다. 그래도 일당은 벌었다'며 좋아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어떤 아자씨...(감독이었음)가 촬영된 필름을 모니터링하다가... 조감독을 부른다.

"야! 조감독 너~ 빨리 이리 와봐. 이게 뭐야? 왠 신라시대 포졸이 들어 있어? 
어? 여기도 있고... 여기도 있네? 조감독 이새끼... 너 뭐하는 놈이야?"

하고 막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우리의 촬영팀은 낮에 모두 마치고 돌아갔고, 지금은 다른 방송에서 온 조선시대 사극을 찍는 중이었다. 

거기에 신라복장을 한 우리가 끼어 있으니... 끌... 
그래서 수많은 필름을 버려 놓고...

우리는 거기에 더 있다간 살아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서 몰래 빠져나왔다. 
그런데 거기(민속촌)서 서울로 어떻게 돌아가지? 
걸어갈까?

새벽을 기다려 첫 차로 올라왔다.

왜, 지나가는 차 잡아타고 가지 않았냐구?
물론 시도는 해 봤지... 그러나 태워주려 하다가도 이상한 복장에 창까지 들고 있으니...

그냥 모두들 줄행낭 놓더라...

그 다음 날...
선배한테 전화가 왔다. '너희들 걸리면 죽는다고... 빨리 옷이나 반납 하라고...'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때 촬영을 했던 두 분 감독님(신라 촬영팀, 조선 촬영팀) 민폐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촬영은 잘 되셨겠죠?"

감사 합니다.


 

ㅎㅎㅎ 진짜 ㅎㅎㅎ다.

헌데 한 번 듣고 옮길려니... 잘 안되넹?

2001-08-28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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