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고개숙인 남자

-gajago- 2009. 11. 24. 19:38

오늘은 어제 mbc라디오 강석, 김혜영씨의 "싱글벙글쇼~"의 '세상사는 이야기'에 소개된 
글 하나 올리자. (결혼 3년차인 한  실직가장이 투고한 글...)


몇 개월 전에 失職한 나는 이제 며칠 후면 새로운 직장에 나가게 됐다.

내가 실직하고 한 2개월쯤 됐을까? 
보다못한 아내가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되겠다며 괜찮은 곳을 알아 놨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출근(8시)하기 시작했다. 

생전 직장이라곤 가져본 적이 없는 아내가 일을 하겠다는데, 실직한 나로선 말릴 수도 없었다. 

오후 여섯 시에 퇴근하는 그녀에게 '힘들지?' 라는 말밖엔... 
실직해서 놀고있는 내가 보다못해 나선 아내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싫지만 그만 두라는 말을 차마 못하겠다. 아내는 가까운 거리니 운동삼아 걸어 다닐 만 하단다. 
점심도 제공 한단다. 

그런데 어느 날 여섯 시쯤 돼서 아내를 마중 나갔는데, 퇴근하는 아내의 손에 뻥튀기 한 봉이 들려 있었다. 

요즘 뻥튀기가 먹고 싶다 한다. 
그 후론 매일같이 뻥튀기를 들고 오는 것이었다. 그게 그리도 먹고 싶나?

일을 시작한지 한 보름이나 됐을까? 아내가 심하게 앓는다.
다음 날 아침에도 안좋아 보여 오늘은 나가지 말고 쉬라했지만 그녀는 나가야 한다며 
아직 편치 않은 몸을 추스리고 나간다.
그걸 멍~ 하니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나의 심정은...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오늘은 아내와 점심이라도 같이 하려고 전에 마중나갔던 길로 나갔다. 
조금 가니 어느 건물안에 아내가 보인다. 아내의 일터가 여긴가? 
창안을 자세히 보니 허름한 작업복 차림의 아내가 틀림 없었다. 

뻥튀기 공장이었다.
아내는 기계에서 나오는 뻥튀기를 받아 연신 비닐봉지에 넣고 있었다.
그 옆으로 아내가 쌓아 놨음직한 뻥튀기가 벽을 이루고 있었다.

조금 지나...
때가 때이니만큼 건물안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우~ 몰려 나온다. 점심 먹으러 가나 보다.
헌데 아내는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아내를 부르려 막 들어가는 찰나~ 

아내가 뻥튀기를 먹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한 장... 
두 장... 
석 장...

거의 한 봉지를 다 먹고... 물을 마신다.

아아~
아내는...
아내는...

이렇게 매일 뻥튀기로 점심을 때웠구나. 눈씨울이 뜨거워 졌다. 
결국, 아내에게 가지 못하고 난 집으로 그냥 돌아왔다.

집에서...
조금 전 본 아내의 모습이 크로즈업 되며, 복받힌 눈물이 쏟아졌다.

그것도 모르고 난 아내가 가져온 뻥튀기를 먹으며 '참~ 고소하다. 맛있다' 했었는데...
아내는 그거에 얼마나 물렸을까.

그날 저녁... 퇴근해 들어온 아내에게 난 모른척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후로 난 열심히 직장을 알아보려 다녔고,
그래서 비록 안정적인 직장은 아니지만 며칠 후부터 나가기로 되어 있다.
더 이상 아내에게 뻥튀기로 점심을 떼우게 하지 않기 위해... 
보다 나은 우리의 내일을 위해 열심히 다닐 것이고, 일을 할 것이다.



퓨~ 
더 이상 무슨 말을...

2001-08-23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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