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5000원 짜리 광고...

-gajago- 2009. 12. 9. 23:39


오늘 아침에 kbs의 TV동화를 보니 생각되어지는 게 많아 올린다.
주인공(話者)의 눈에 비친 어느 분식집의 한 풍경이다.

대학 2년 여름 방학이었다.
분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날씨도 덥고, 짜증도 나고... 꼼짝도 하기 싫었다.
슬슬 눈치를 보며 게으름도 피고 싶지만 주인 눈치가 보여 그러지도 못하고...
마지못해 손님이 빠져 나간 홀을 정리하고 있었다.
막 점심이 지날 무렵이었는데, 건장한 남녀학생 세명이 들어오는 것이었다.

"안녕 하세요? 저희는 저 학교에 다니는 학생입니다.
단돈 5000원만 내시면 이 식당 음식을 더 맛있게 보이게 광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처음엔 무슨 기부금이라도 달라는 줄 알았다가 
광고를 해 준다니 호기심이 생겼는지 5000원을 건네 주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 학생들...
팔을 걷어 부치고... 유리창을 닦는 것이었다. 유리가 없는 것 처럼...
그리고 전등위, 테이블, 바닥까지... 그들의 손이 가자 눈이 부시도록 환해졌다.
화장실까지 아주 깨끗해져서 거기에서 밥이라도 먹게 생겼다.
주인 아저씨는 아주 흡족해져서 물었다.

"이렇게 일을 잘하면 아주 많이 할 수 있겠네?"
"아닙니다. 한 100여 군데를 다니면 두, 세집 밖에 일을 못 합니다."

나는 속으로 그랬다.
'에구~ 저렇게 고생을 하고... 차라리 내가 났겠다'

주인 아저씨는 지갑에서 만원 짜리 두 장을 더 꺼내준다.

"아닙니다. 저흰 이미 5000원을 받았잖습니까?"
"아니야! 이렇게 열심히 잘 하려면 체력이 있어야 해. 삼겹살이라도 사 먹으며 영양보충이나 하게." 
"감사 합니다." 하고 꾸벅~ 인사를 하며 명함을 건넨다. 계속 불러달라는 얘기다. 

그것은 컴퓨터로 뽑은 듯한 조잡한 명함이었는데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고 싶은 사람들..."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멋있는 젊은이들...

 
010927..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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