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떳다, 왕초보

-gajago- 2010. 1. 24. 19:43

아래글은 모 잡지사의 부록에서 옮깁니다. 너무 재미있고 기발하고... 
또한 어느 상황을 보고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게 부럽고...

그럼 한 번 가 보자구요.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앞에가는 차 뒷창에 이렇게 쓰여있다.

'떳다, 왕초보' 

나는 그것을 보고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저 사람은 틀림없이 기발하고 귀여운 성격일거야'

나는 창문을 열고 그에게 너무 멋지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서로 비켜가느라고 그 말을 해줄 기회가 없어 못내 아쉬웠다.

나는 아무리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몇십 년 간 친하게 지내온 친구처럼 말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되면 꼭 내 의견을 말해 준다.

그날도 하루 종일 그 생각으로 유쾌했다. 얼마나 기발한가?

대개는 이렇게 적어 가지고 다닌다. 
'완전초보, 죄송합니다' '조금만 봐 주세요' '미치겠쥬? 나는 환장하겠어유!'...

말하자면 모두 겸손하게 머리를 조아리며 봐 달라고 손 비비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떳다, 왕초보' 는 똑같은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지만 

겸손하게 머리를 주억거리지 않고 손도 비비지 않는다. 

마치 공항에 배웅나온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들며 비행기를 타듯 가볍게 던지는 상쾌한 일갈인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처음'라는 상황에 부딪히면 두려움에 가슴이 뛴다.
첫 키스, 첫 만남, 첫 데뷔, 첫 입학, 첫 출근, 첫 월급, 첫 결혼, 첫 날밤... 
그 '첫' 이라는 성화에 주저주저, 머뭇머뭇, 쭈뼛쭈뼛하며 잠수함처럼 무겁게 가라앉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떳다, 왕초보' 처럼 가뿐하게 비행기처럼 솟아오르는 사람도 있다.

최윤희 ┏고정관념 와장창 깨기 ┛현대문학북스/ 레이디경향 부록, 해피 투게더... 에서...




그렇지요?
우리는 어느 누구나 '처음'은 있지요.
그러나 그 '처음'을 대하거나 표현하는 방법은 다릅니다.

2001-12-9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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