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전역병 제군에게..

-gajago- 2010. 2. 12. 18:33
전철을 탔다.
맞은 편에 제복을 입은 군인 아자씨 한 명이 앉아있다.
 
그런데 표정이 그리 밝지 못하다. 착잡하게 보인다.
무표정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우울한 느낌... 다시보니 제대병이다.
 
돌이켜 과거 나의 제대 모습 때를 떠 올린다.
피해갈 수 없는 국방의 의무를 선택의 여지없이, 어쩔 수 없이 치룬 점도 없지 않았지만,
어쨋든 해야 할 일을 무사히 끝마쳤다는 후련함... 홀가분함...
한편으론 새로운 세상, 나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기대와 일말의 두려움...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어울어져 나 역시 저러지 않았을까?
맞은 편의 제대병도 그러한 심정일까?
개인적인 큰 걱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역시 그러겠지?
 
다만 지금의 상황이 17년 전 나의 제대 때와는 또 다르다. 상황이 어렵다.
그러한게 제대병의 얼굴에 나타난다. 한마디 해 주고싶다.
그래서 말을 붙인다.
 
나: 막 제대하는 모양이지?
병: 네, 그렇습니다.
나: 기분이 어떤가. 홀가분하며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지?
병: 아저씨는 어땠습니까?
나: 나도 그랬지.
병: 결과는요?(여지껏 살아온 결과를 묻는 말)
나: 자네 말은 '제대할 때 마음먹은 대로 잘 됐느냐~' 는 말인가?(성공했느냐?)
병: 그렇습니다.
나: 아직 결과를 말 하기는 이르지. 어느 면에선 만족스러운 부분(굳이 표현하면 성공)도 있고,
     또 다른 면에서는 그렇지(실패) 않은 점도 많으니... 다만, 아직 진행중이라 하는게 정확할 거야.
     우리네 보통의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그렇지. 특별한 모습이 되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자네는 이제 출발선에 있으니, 노력여하에 따라선 그러한 부류에 들 기회도 많겠지.
     단지, 굳이 표현한다면 실패했다고 해서 처참한 상황이 되는 게 아니라 그래봤자
    우리 보통의 생활인이 돼 있을거라는 얘기지. 그게 실패라 할 수는 없는 것...
    이제 시작이니 힘껏 덤벼 보게.
병: 넷! 감사...
 
위와 같은 얘기를 나누려 했는데... 이미 내렸다. ㅎㅎ 
 
020130..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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