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수는 병원 현관 앞을 서성거렸다.
엄마가 입원한 병원까지는 왔지만, 태수는 엄마의 얼굴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2년 전 집을 나온 후 그는 소매치기를 하며 하루하루를 살았다.
태수는 담배 연기에 눈살을 찌푸리며 병실 높은 곳을 올려다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던 그는 피우던 담배를 내팽개치고는 빠른 걸음으로 병원을 빠져나왔다.
거리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동굴 같은 자신의 거처로 가기 위해 태수는 지하철로 향했다.
그런데 그 때 병원앞에 있는 현금인출기 앞에서 한 젊은 여자가 많은 돈을 핸드백속에 넣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출렁이던 그의 눈빛이 멈춰졌다. 태수는 야수처럼 양 미간을 좁히고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그녀와 몸을 부딪히며 그녀의 핸드백을 순식간에 낚아챘다.
태수는 그 날 이후, 소매치기한 돈으로 술을 마시며 방탕한 생활을 했다.
그러다 술집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 싸움으로 경찰은 가담자 모두를 연행했다. 밤새 조서를 꾸몄다.
태수는 모든 게 불리했다. 형을 살지 않으려면 피해자 측과 어떻게든 합의를 봐야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합의금을 줄 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는 할 수 없이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런 일로 전화해 미안하다. 합의금을 마련하지 않으면 형사 입건되거든. 너 말고는 연락할 데가 없었어.”
“형은 …, 왜 그 동안 엄마에게 한 번도 오질 않았어?”
“사실은 … 전에 한 번 병원에 가긴 갔었어. 차마 들어갈 수 없어서 그냥 돌아왔지만 … 엄마는 좀 어떠시냐?”
“놀라지마, 형 … 엄마, 돌아가셨어. 장례식 끝난 지 일 주일도 안 돼.”
“뭐? 왜 돌아가신 거야? 왜 … ?”
“왜는 왜야? 결국은 병원비 때문에 돌아가신 거지.”
“아니 그렇게 돈 구할 데가 없었냐? 내게라도 연락을 했어야지.”
“언제 형이 나한테 연락처 같은 거 가르쳐 준 일 있어? 형이 너무했다는 생각은 안 해?
얼마 전 내 여자 친구가 정말 어렵게 엄마 수술비를 마련했었어.
그런데 그걸 내게 갖다주려고 병원으로 오다가 어떤 놈한테 소매치기 당했데.
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 놈을 잡지도 못했고...
결국 그 놈의 소매치기가 엄마를 죽인 거나 마찬가지야 ….”
동생의 말을 듣는 순간 태수의 온몸이 굳어졌다.
“그 돈 … 어디서 소매치기 당했어?”
“엄마 있던 병원 바로 앞에서 ….”
사람들은 마음 속에 유리조각을 꽂아 놓고 모르는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을 경계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다.
출전: 이철환 님의 <연탄길>중에서
이철환|서울 출생, '씨앗'동인.
‘동아일보’ ‘국민일보’ 등에 우리 이웃들을 대상으로 한 따뜻한 글을 실었고,
월간지 ‘낮은 울타리’와 ‘주변인의 길’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어쩌나~
지난호(182호)가 발송이 안된 것 같군요.
아직도 이렇게 서툴으니 원~ 끌...
편 한 밤 되시길...
2002-02-27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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