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콩트/ 2020년 서울...... 김진명

-gajago- 2010. 2. 25. 21:21
[2020 미래로 가자] 콩트/ 2020년 서울...... 김진명(c일보서)
- 2020미래로 가자.
중국 북경주재 미 CIA 지부장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주석 부근에 깊숙이 심어놓은 정보원이 알려준 바에 의하면
주석이 내일 모레 긴급히 서울을 방문한다는 것이다.

 

"음,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군.”

 

지부장은 본국에 보고하는 그 순간까지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주석이 갑자기 서울을 방문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본국의 사정은 달랐다. 지부장의 보고를 받자마자

국장은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회의의 결과는 미국 대통령이

중국 주석보다 하루 먼저 서울로 떠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슨 소리요? 내가 내일 당장 서울로 가야만 한다니?”

 

대통령은 안보회의에서 깊은 분노를 표시했다.

 

"긴급히 파리나 런던, 혹은 모스크바를 가야 한다면 이해하겠어. 그런데 서울이라구?
죽었다 깨어나도 나는 서울을 가야 할 이유를 모르겠소.”

 

그러나 참모들은 달랐다.

 

“중국의 주석이 모레 예정에 없이 서울행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더군다나 나는 갈 수 없소. 중국 주석이 이미 서울행을 잡아놓고 있는데 내가 갈 수는 없는 노릇이오.”
“아닙니다, 각하. 가셔서 한국의 대통령이 중국에 약속을 해주는 일이 없도록 막으셔야 합니다.”
“내가? 나 이 미국의 대통령이? 아니, 세계의 대통령이? 무슨 약속을 해줄지는 몰라도 나는 갈 수 없어.”

 

이때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CIA 국장이 다소 위협적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러지 않으면 각하의 재선이 위태롭습니다.”
“뭐라구? 재선! 도대체 무슨 말이오?”

 

그제서야 대통령은 겁이 덜컥 나는 모양이었다.

 

“내일 급거 한국으로 가셔서 필사적으로 4096 디 램을 중국이 아닌 우리에게만 공급하도록 사정해야 합니다.”
“사정? 나보고 한국 대통령에게 사정하란 얘기요?”
“사정이 문제가 아닙니다. 필요하다면 구걸이라도 해야 합니다.

만약 한국의 대통령이 4096 디 램을 중국의 무기에 달아준다면… 오, 맙소사!”

“4096 디 램… 음.”

 

대통령은 입을 굳게 다물었고 좌중에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한동안 시간이 지나자 대통령은 무거운 음성을 내뱉었다.

 

“우리의 인텔이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에서는 소식이 없소?”

 

간부들은 묵묵히 고개를 저었고 다음날 아침 일찍 대통령은 비장한 표정으로 전용기에 올랐다.


2020년.

모든 첨단 무기는 컴퓨터와 연계되어 있었다. 따라서 무기의 성능은 전적으로 컴퓨터의 전산처리 속도에 달려있었고 전산처리 속도란 결국 컴퓨터에 내장된 반도체의 용량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반도체 개발에 관한 한 전세계 어느 업체도 한국의 **전자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인텔을 비롯한 유수의 반도체 업체는 세계 최초로 512 디 램을 개발한 **전자와 차츰 격차를 보이기 시작하다 2020년이 되자 약 5년 정도의 격차로 뒤떨어지게 되었고 5년의 격차는 무기경쟁에서는 치명적이었다.

미국은 엄청난 투자를 반도체에 집중했지만 정작 반도체의 용량을 좌우하는 반도체 설계에 있어서는

한국과의 격차를 좁히기는 커녕 시간이 갈수록 차츰 차이는 벌어지기만 했다.

 

반도체 설계에 있어 한국인들이 보여준 능력은 모든 사람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하지만 한국의 반도체 분야에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수학, 과학이 하기 싫다고 이공계를 기피하고 인문계로만 몰리는현상이 두드러져 한때 한국은 과학기술의

낙오자가 될 뻔했었다. 그러나 결국 한국인들은 과학기술만이 살 길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총력을
과학기술 분야에 쏟아부었고 결국 반도체와 나노기술 및 생물복제에 있어 최정상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2020년 무렵 중국이 급격한 팽창과 더불어 비약적 군비확장을 이루자 미국은 오랫동안 계획해 왔던 우주요격 시스템에 모든 걸 걸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우주요격 실험은 성공과 실패를 거듭했다.

무쇠덩어리와 폭약으로만 구성된 미사일은 인공위성에서 제어하는 우주요격시스템에 의해 백발백중 떨어졌다. 그러나 자체에 반도체가 내장된 지능형 미사일은 달랐다.

사람들은 **전자에서 새로 개발한4096 디 램이 결국 모든 무기체계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게 되었다.

 

미국 대통령과 중국의 국가주석이 동시에 한국을 실무방문한 것은 미증유의 일이었다.

 

“살다보니 이런 일도 생기는군요.”

 

외교통상부의 의전담당 직원은 감개가 무량한 듯했다.

 

"무슨 소리야?”

“시시한 장관이 오면서도 국무총리실에 개까지 풀어 수색이니 경호니 하던 미국인들이 대통령이 오는데도

쥐죽은 듯 조용한 걸 보니 말입니다.”

 

의전국장 역시 생각나는 게 없는 건 아니었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은 공항에 나가 두 시간이나 카터의 비행기가 도착하기를 기다렸지만 카터는 김포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헬리콥터를 타고 미군기지로 날아가 버리지 않았던가.

악수라도 하기 위해 어둠 속에서 공항을 가로질러 걸어가던 박 대통령의 외로운 모습이 생각나 의전국장은

잠시 눈을 감았다.

 

두 강대국의 정상은 상대방보다 조금이라도 더 한국 대통령과 깊은 대화를 나누려 혈안이 되었다.

 

“각하, 우리는 우주요격 시스템을 한국과 공유할 것입니다. 즉, 이 시스템을 미국과 한국이 공동개발하고 공동소유한다는 뜻입니다.”
 
미국 대통령이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모습은 20년 전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해 한국민을 공포에 휩싸이게

만든 뒤 창고에서 썩고있던 전폭기들을 유유히 팔아먹던 모습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한국의 대통령은 그때의 아픈 기억을 잊지 않고 있었다.

 

“20년 전 우리는 미국에서조차 차세대 전투기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던 전폭기들을 눈물을 머금고 사들였습니다.”
“그때의 일은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은 무기운용체계에 꼭 필요한 반도체의 세계 최강국입니다.”
“이 사실이 그 일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이제 한국은 대접받을 위치에 섰다는 얘깁니다. 우리 미국은 어느 나라든 국력에 맞는 대접을 할 뿐입니다. 앞으로 그런 전폭기의 강매는 없을 것입니다.”

 

대통령은 차갑게 웃었다. 하지만 그것이 미국이라는 나라의 진실이었다.

 

한편 중국 주석은 색다른 방법으로 파고들었다.

 

“존경하는 대통령 각하, 우리는 통일한국이 동북 3성의 우리 영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합니다. 영농목적이라면 만주의 일부를 장기임대 하겠습니다. 거기서 한국인들은 조선족들과 같이 대규모 쌀농사를 짓고 소를 먹일 수 있습니다.”
“음, 반가운 얘기군요.”
“4096 디 램을 주십시오. 우리의 무기체계에 4096 디 램만 갖추면 미국의 미사일이든 탄도탄이든 겁날 것이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어떤 요격 시스템도 우리의 미사일을 막아내지 못합니다. 지구의 세력 판도가 뒤바뀝니다.”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을 놓고 어느 쪽을 파트너로 삼을 것인지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
미국과 중국이 팽팽히 겨루고 있는 2020년에 한국의 결정이 새로운 세계의 판도를 그리게 된 것이었다.

1980년대부터 필사의 노력을 경주한 한국의 반도체가 90년대에 이르러 일본을 저만치 제치고 2000년대에는

미국과 어깨를 겨루더니 2010년대에 세계의 정상에 우뚝 서게 된 일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한국인들, 특히 과학기술인들의 땀과 눈물과 피가 배어있었던 것이다.

 

~ㅉ ㅗ ㅇ~


흐유~ 이런 날이 올까?
올 것이다. 아니, 와야 만 한다. 반드시...

 

단, 중국의 조건-'동북 3성의 우리 영토'라니..., '만주의 일부를 장기임대..' 라는 말도 안되는 헛소리말고,
과거 고조선, 고구려의 옛땅을 되 바친다는 전제로 말이다.


2002-03-05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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