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조국(붉은 산) 2

-gajago- 2010. 5. 12. 20:22

흠, 휴일을 잘 보내셨을까요?
혹시 저만 국어책을 들고 과거의 뒷풀이를 하지 않는지 염려 하면서...
어쨋든,
삵의 동정이나 계속 살펴 보자구요. ^ ^


"삵이 뉘 집에서 묵었나?"

  "김 서방네 집에서."

  "다른 봉변은 없었다나?"

  "요행히 없었다네." 

  ○○촌 사람들은 아침에 깨면 서로 인사 대신으로 삵의 거취를 물어 보곤 하였다.
  삵은 이 동네에는 커다란 암종이었다. 삵 때문에, 아무리 농사에 사람이 부족한 때라도, 젊고 튼튼한 몇 사람은 동네의 젊은 부녀자들을 지키기 위하여 동네 안에 머물러 있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삵 때문에 부녀와 아이
들은 아무리 더운 여름 저녁에라도 길에 나서서 마음놓고 바람을 쐬어 보지를 못하였다. 삵 때문에 동네에서는 닭의어리며 돼지우리를 지키기 위하여 밤을 새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동네의 노인이며 젊은이들은 몇 번을 모여서, 삵을 이 동네에서 내어
쫓기를 의논하였다. 물론 합의는 되었다. 그러나, 내어쫓는 데 선착(先着)할 사람이 없었다.

  "첨지가 선착하면 뒤는 내 담당하마."

  "뒤는 걱정 말고 형님 먼저 말해 보시오."

  제각기 삵에게 먼저 달겨들기를 피하였다.
  이리하여, 동네에서는 합의는 되었으나, 삵은 그냥 태연(泰然)히 이 동네에 묵어 있게 되었다.

  "며늘년들이 조반이나 지었나?"

  "손주놈들이 잠자리나 준비했나?" 

하고, 마치 그 동네의 모두가 자기의 집 안인 것같이 삵은 마음대로 이 집 저 집을 드나들었다. 
  ○○촌에서는 사람이라도 죽으면 반드시, 조상 대신으로,

"삵이나 죽지 않고."

하는 한 마디의 말을 잊지 않고 하였다. 누가 병이라도 나면,

 "에익! 이놈의 병, 삵한테로 가거라."

고 하였다.

  암종‥‥‥. 누구 하나 삵을 동정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다.
삵도 남의 동정이나 사랑은 벌써 단념한 사람이었다. 누가 자기에게 아무런 대접을 하든 탓하지 않았다.
보이는 데서 보이는 푸대접을 하면 그것을 트집으로 반드시 칼부림까지
하는 그였지만, 뒤에서 아무런 말을 할지라도, 그리고 그것이 삵의 귀에까지 갈지라도 탓하지 않았다.

  "흥‥‥‥."

  이 한 마디는 그의 가장 큰 처세 철학이었다.
  흔히 곁동네 만주국인들의 투전판에 가서 투전을 하였다. 때때로 두들겨 맞고 피투성이가 되어서 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하소연을 하는 일이 없었다. 한다 할지라도 들을 사람도 없거니와‥‥‥. 아무리
무섭게 두들겨 맞은 뒤라도, 샘물에 상처를 씻고 하루만 절룩절룩한 뒤에는 또 천연(天然)히 나다녔다.
  여(余)가 ○○촌을 떠나기 전날이었다. 송 첨지라는 노인이 그 해 소출(所出)을 나귀에 실어 가지고 만주국인 지주(地主)가 있는 촌으로 갔다.
그러나, 돌아올 때에는 송장이 되어 있었다. 소출이 좋지 못하다고 두들겨
맞아서 부러지고 꺾어진 송 첨지는, 나귀 등에 몸이 결박되어서 겨우 ○○촌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놀란 친척들이, 나귀에서 몸을 내릴 때에 절명하였다. ○○촌에서는 왁자하였다.

  "원수를 갚자!"

 명 아닌 목숨을 끊은 송 첨지를 위하여 동네의 젊은이는 모두 흥분하였다.
제각기 이제라도 들고 일어설 듯하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아무도 앞장을 서려는 사람이 없었다.

만약, 그 때에 누구든 앞장을 섰더라면, 그들은 곧 그 지주에게로 달려갔을지 모른다. 그러나, 제가 앞장을

서겠노라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제각기 곁사람을 돌아보았다. 발을 굴렀다.
부르짖었다. 학대받는 인종의 고통을 호소하며 울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남의 일로 만주국인 지주에게 반항하여 제 밥자리까지 떼이기를 꺼림인지, 용감히 앞서 나가는 사람이 없었다.
  여는 의사라는 여의 직업상, 송 첨지의 시체를 검시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여는 삵을 만났다. 키가 작은 삵을 여는 내려다보았다.
삵은 여를 쳐다보았다.

  '가련한 인생(人生)아. 인종의 거머리야. 가치 없는 인생아. 밥버러지야, 기생충아!'

  여(余)는 삵에게 말하였다.

  "송 첨지가 죽은 줄 아나?'

  여의 말에, 아직껏 여를 쳐다보고 있던 삵의 얼굴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여가 발을 떼려는 순간, 언뜻 삵의 얼굴에 나타난 비참한 표정을 여는 놓칠 수가 없었다.

  고향을 떠난 만리 밖에서 학대받는 인종의 가엾음을 생각하고, 그 밤은 여도 잠을 못 이루었다.

그 억분함을 호소할 곳도 못 가진 우리의 처지를 생각하고, 여도 눈물을 금하지 못하였다.

020706..
가자고...

 

이제, 월요일입니다.
좋은 한 주가 시작되길 바라며...
편한 밤 되시압.
가자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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