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이런~ 아뿔싸...

-gajago- 2010. 6. 24. 20:25

12월 3일, 이른 새벽 동인천 역... 06:15분 경.
1*2번, *여객 영종도행 좌석버스를 탔다.
기사는 작으마한 체구의 왜소한 노인으로 내가 1*2번을 처음 탔을 때 서로 첫 대면한 냥반이다.

올 해 예순 아홉...
매번 '일년 만, 칠십까지만 할까?'를 입에 달고 다니던 운전인생 종착점을 눈앞에 두고있던 그다.
노년을 아니, 평생을 운전만 하며 열심히 살았음직한 그 냥반...

시간이 돼서 버스는 출발한다.

송림 로타리...
신호대기중 옆차선 버스(60번이던가, 62번이던가) 기사에게 말을건다.

가냘프고 빈약-원래 목소리가 그렇다-하나 다소 큰소리로...

"여, 이종덕씨! 나~ 그리가면 받아줄까?"
"여기는 힘들어서 못하겠어. 가도 될까?"

상대 기사가 뭐라한다.

신호가 바뀌어 서로 각자의 노선으로 갈라진다.
내가 탄 버스는 직진, 상대차는 우회전 제물포 방면으로...

한 시간 남짓 흘러... 영종도.
버스는 신도시를 빠져 나왔다.
이제 나의 목적지는 한 5분여 남짓. 거의 다왔다.

버스는 삼목선착장 입구쪽으로 몸을 튼다.(좌회전)
버스는 탄력을 받으며(속도를 높이며)... 기사 양반, 목소리를 높인다.

"삼목 선착장 입구에 내리실 분 안 계시죠?"

당연히 댓구가 없으리라는 듯 버스는 속도를 낸다.
앞을 보니 멀리 선착장입구 사거리의 신호등이 직진·직좌의 동시신호가 옅은 안개속에 빛나고 있다.
순간, '좌회전 신호를 받으려 하는구나. 거리가 좀 먼데?' 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버스는 숨가쁘게 달린다. 예정된 수순을 향해서...

이윽고 사거리.
.
.
.
.

"끼익~"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좌측으로 몸을 돌리던 버스가 순간
멈·춰·졌·다.

"와당탕. 퍽. 우지끈..."

버스는 운전석 정면으로 사거리 코너의 신호등을 들이 받았다.
그래서 멈춘게 아니고 멈춰진 거고...

"으악~, 꺄악~"

뿌옇게 일어나는 연기인지, 먼지인지...
순간적으로 튕겨 열려진 뒷문으로 20여명의 승객들은 뛰쳐 내린다.

버스의 정면은 구겨진 Box마냥 일그러진 상태.
신호등과 가로등은 버스에 받쳐 목이 꺾여진 상태.

승객들은 저마다의 상처부위를 감싸안고, 살펴보고...
나도 무릎이 시큰시큰, 얼굴은 화끈화끈...

충돌 순간에 앞 좌석에 부딪힌 부위가 욱씬거린다.
승객은 다 내렸으나 운전자는 내리지 못한다.

황급히 버스에 다시 오르니, '저런~'
기사는 몸 앞으로 침범해 밀려온 계기판 등에 몸이 끼어 갸냘픈 신음만 내뱉는다.
무심한 무전기는 아무것도 모른 채 연신 떠들고...
(소속 기사들 각자가 자신의 위치를 수시로 보고하는 소리다.)

충돌하는 순간에도 승객이 내릴 수 있도록 뒷문을 열어 놓은 냥반...(저절로 열렸나?)

기사의 몸을 일으켜 본다. 그 냥반, 가느다란 목소리로...

"안 돼, 발이 끼었어."

아래를 보니,
구두 신은 왼발이 충돌 순간 안으로 밀려든 브레이크 페달에 끼어 요지부동이다.
운전석 시트를 뒤로 제껴봐도 마찬가지. 고장이다.
억지로 발을 빼 본다. 역시 안된다.

"구두 좀 벗겨 줘!"

그것도 안된다. 페달에 너무 꽉 끼었다.

"무전기에 얘기 좀 해 줘!"
"5094..."
"아냐, 92야"
"5092... 삼목 선착장 입구 사고. 긴급조치 바람..."

이젠, 무전기도 난리다.

밖으로 나와 119에 신고-다른이도 이미 신고 했겠지?-한다.
일행중 한명(동료)의 상태를 물어본다. 왼쪽 손등, 손까락 어깨와 무릎이 아프단다.

다시 버스에 오른다. 저 냥반을 꺼내야 할텐데... 마음만 바쁘다.
페달을 제낄만한게 눈에 띄지 않는다. 부서진 요금통 지지대(스텐레스 스틸 파이프)는 쓸모 없다.
마대자루를 꺾어 들었다. 발 옆의 페달에 끼어보니 역시 별무소용...
할 수 없이 왜소한 그의 몸을 들어봐도 괜한 헛심만...

이윽고 경찰, 구급대 도착...

구급대원에게...

"기사님 발이 페달에 끼어 안빠집니다. 연장이 필요한데요~"
"여기 갖고 왔습니다." 한다.

보니... 아주 큰 펜치 같은거다.

'저걸로 될까?'

손... 등이 아프다는 동료를 구급차에 태워 보내고 지나가는 출근차를 잡아타고 현장을 떠났다.

일터로 갔다.

이후, 나 역시 병원 행... 
.
.
.
.
.
.
.

그 후...
기사의 상황을 모른다.
구급대가 어떻게 처리해 병원으로 이송했겠지. 큰 부상이 없어야 할텐데...

평생 운전으로 살아온 인생.
과거에 더 큰 사고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현역 은퇴를 눈앞에 두고 사고를 당하다니...
운전으로 평생을 살아왔으니 운전에는 나름으론 전문가.
그런이가 그런 상황에서 사고가 나다니...
'뭐가 씌웠나 보다.'
무리한 속도로 질주를 해도 직진이라면 몰라도 좌회전 신호받기는 버거운 거리였는데...
좌회전 신호를 받았다면 이미 회전하기엔 너무 빠른 속도...

자칫하면(너무 꺾으면) 버스는 떼굴떼굴...
차마 그걸 못해 어설프게 꺾어서 코너의 신호등과 정면충돌.

차라리 좌회전을 포기하고 직진 했던들... 잘못 든 길이야 돌아 나오면 되고...

이게(사고) 그 냥반의 예정된 운명이었던가 보다.
운전인생의 마지막의 허망한 종료여... 명예로운 은퇴는 그의 몫이 아니었나 보다.

사고 이 후...
아침에의 그 냥반의 음성이 귓가에 맴돈다.


「여, ***씨! 나 그리가면 받아줄까?

여긴 힘들어 못하겠어...」

2002-12-06.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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