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할 말 없는 세상

-gajago- 2010. 7. 17. 23:58
지금... 대구지하철 참사가 10여일 지났다.
헌데 늘어나는 건 안타까움과 더불어 온갖 의혹만...

우린 지난 10여일 차마 볼 수 없는 광경을 보았고, 
어느 희생자의 눈물겨운 휴대전화 목소리에 눈물을 흘렸으며,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을 지켜보며 같이 안타까워했다.

세상에... 어디서부터 잘못된 일이란 말인가. 누구의 잘못이란 말인가.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이기엔 그 댓가가 너무 크질 않은가. 어디 그게 한 사람의 잘못일까.
지금 뉴스의 보도대로라면 방화를 시작한 사람부터 사고를 확대재생산 한데 기여한(?) 지하철의 여러 관계자까지 많은 사람이 연루돼 있는 것 같은데...
희생자들은 무슨 죄가 있길래, 단지 그 시간에 거기에 있었다는 이유 하나로 그러한 참변을 당했단
말인가. 하늘이 원망스럽고 원통해 가슴 칠 일이다.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며 사람의 본 모습은 어느게 정답인가. 사람의 진짜 본 모습은 어떤가 따져본다.
사고의 원인제공자부터 적절하게 대응치 못하고 사건을 은폐내지는 축소시키려 했다는...
그래서 도마에 오른 지하철 관계자까지...
 
그들과 전혀 관계가 없는 장소에서 그들과 전혀 관계없는 저러한 말도 안되는 사고가 터졌다면 저들은 어떠할까. 지금의 우리 국민들처럼, 아니 나처럼 그 사고와 같은 부적절한 대처 행위에 대해 비분강개하며 안타까워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TV를 보며 똑같이 안타까워하고 발을 동동 구르지 않을까?

아마 그럴것이다. 그런데 그 중심에 내가 있었을 경우에는 자신과 자신의 조직의 안위을 위해 저런
말도 안되는 행위를 저지른다. 일반적인 양심과는 또 다른 행동을 저지르고 만다.
 
그게 사람이라면, 우리 인간의 본질이라면 나는 사람이 무섭다.
나는 저런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까.
자신 없다는 생각에까지 미치면 나도 내가 두렵다. 사람인 내가 두렵다.
단지 나에게 저러한 상황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기만 해야 한단 말인가.
그래서 항상 도덕적인, 선한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는 좋은 상황만 연출되기를 바라야 한단 말인가.
그러게 생각이 미치니 저잘랐다고 생활하는 인간이, 내가 한없이 한심해진다.

세상에는 의인도 많은데...
위급한 상황에 닥쳤을때 자신을 던져서라도 나 아닌 전혀 모르는 타인을 위해 목숨까지 던지는 경우도 많은데...
그렇다면 이 모습과 저 모습은 어떻게 다른가.
남을 위한 의지인가, 본능인가, 사명의식인가. 자신만을 위한 이기심인가,

지금, 저 사고를 지켜보며 부디 우리에게, 나에게 남을 위한 본능적인 의지가 강하기를,
사명의식이 더 강하기를 빌어본다.
자신만을 위한 결과가 너무 크질 않는가. 너무 참혹하질 않는가.

내가 나 자신이 무섭지 않기를, 좋아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지금, 이 잔인한 2월이 지나면 내일부터는 희망의 새봄인 3월...
이미 우리집 안방에는 매거진 지난호(181호: 야생화를 키우는 재미)의 돌단풍과 담쟁이의 새싹들이
힘있게 솟아나 있다.
이 새봄과 더불어 더 이상 우리곁에 참담한 불행이 없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0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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