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영종, 용유도를 둘러보기...

-gajago- 2010. 8. 20. 21:46

며칠 전(4/22) 그동안 마음만 먹었었던 영종, 용유도를 둘러봤다. 동료 하나와...
괜찮으면 '가족과 함께 하리라' 라고... 일종의 사전답사였던 셈이다.

좋다. 아주 좋다.
내가 사는 곳 가까이 이런 곳이 있었다니...
흐린 날씨가 섬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고 있다.

한 5, 6년 전 영종도 매립공사를 할 때 한 번 와보기는 하였다.
그러나 워낙 일정이 빡빡했었고 또한 월미도에서 을왕리의 주 코스를 이용했던 관계로

미처 호불호를 판단할 겨를이 없었다.
헌데 마음먹고 시간을 가지고 전체를 일주하니 그때와는 또 다르다.

먼저 일터 옆 삼목 선착장을 찾았다.
신· 시도, 장봉도를 건너는 뱃터인 이곳은 조개구이로 이름난 곳이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명성 그대로 선착장 양 옆으로 늘어선 횟집(한 20여채나 될까)의 수족관에는
일반 횟감보단 각종 조개류가 풍성하다.
맞은 편 길게 늘어선 신· 시도를 바라보면서 먹는 조개구이 맛은 특별할 것 같다.
그러한 마음을 가슴속에 묻어둔 채 입맛을 다시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삼목 선착장 입구 사거리... 이 곳은 지난해 12월 내가 사고를 당했던 곳이다.
씁쓸한 기억을 뿌리치고 우측으로 방향을 돌렸다. 바로 공항북로...

공항북로의 쭉쭉 뻗은 해안도로는 가슴을 탁 트이게한다.
오가는 차량도 거의 없고 마음먹기에 따라선 규정속도(80km)쯤은 안중에도 없을 것 같다.
차창밖으로 부딪히는 습하면서도 시원한 바람은 드라이브코스로 제격이다.
또한 약 5m 간격으로 심어놓은 연녹색의 해당화무더기들은 빛깔이 연하면서도 싱그럽다.
한창 만개할 붉은 오뉴월을 기대케한다.
다만 달리면서 바다가 보이지 않는게 아쉽다.
사람 키만한 높이의 뚝에 철책이 바다와 갈라놓고 있다. 아마 어쩔수 없는 사정(군사적)이겠지...

북측 해안도로 끝에 쯤 인공으로 조성된 듯한 조그만 쉼터같은 공원이 있다.
아마 여기서부턴 용유도겠다. 한껏 달려오다가 쉴만 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차를 세우고 동료와 공원에 올랐다.
넘어가니 철책 사이로 문이 하나 나 있다. 바다로 통하는 문이.
아래를 보니 대 여섯명의 성장을 한 놀이를 온 듯한 여인네들이 뭔가를 열심히 줍고 있다.

나: "뭘 잡으십니까?"
여인네들: "굴과 고동이요. 뭐 뾰족한 것 있어요? 맨손으로 딸려니까 안따지네?"
나: 차에 있는데..."

바위위에 다닥다닥 붙은 굴과 고동을 줍는 것이다.

'맞아, 고동을 삶아 먹으면 참 맛있겠다.'

그런데, 세상에...
거기에서 뜻밖의 분을 만날줄이야...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중에 한분이 아주 낯이 익다. 빤히 쳐다봤다.
그분도 마찬가지다.

여인 1: "이상하다? 아저씨가 내가 아는 사람과 너무 닮았다?"
여인 2: "누구? 옛날 애인? 호호..."
여인 1: "사촌오빠가 있는데 똑같아..."

나 역시 그래서 빤히 본 거였고...

여인 1: "그 오빠는 황씨인데..."

내가 생각하는 주인공이 맞는 것 같다.

나 : "저 역시 아는 누님과 너무 닮아서 빤히 보고있었는데... 그 분은 박씨인데..."
여인 2: "얼래~ 그럼 진짜 아녀?"
나 : "이름은 '아무개' 누님..."
여인 2: " 맞네? 진짜여."

진짜였다. 20~30여년 전 시골에서 같이 살던 친척 누님...
누님네가 먼저 고향을 떠나고, 생활권이 다르게 살다보니 거의 못봤었다.
최근 집안 행사때 경황중에 두어차례 봤었지만, 전혀 낯선 곳에서 예상밖의 만남이었던 관계로

서로 조심스러웠던 것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빗방울이 떨어지고 일행이 먼저 올라간 관계로 다음에 연락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없는 애인이라도 만들어 대동하였더라면 큰 낭패를 볼 뻔 하였다. ㅎㅎ

거길 벗어나 시골길로 조금 나아가니 앞이 막힌 삼거리...
아무렇게나 쓴 팻말위의 화살표는 우측으로 왕산해수욕장을 가리킨다.
따라가니 곧바로 왕산해수욕장...

왕산은 여늬 해수욕장이 다 그렇듯 안으로 활처럼 길게 휘어져 들어온 백사장이 멋지다.
좀 더 살펴보고 싶지만 빗방울이 굵어져 눈도장만 찍고 발길을 돌렸다.
(오늘 목적이 어차피 둘러보기니까~)

을왕리와 용유해변은 그냥 지나쳤다.

얼마를 더 가니 거잠포를 알리는 이정표다.
따라 들어가니 갯벌을 가로질러 지나는 연육도로가 인상적이다.


좌우로 잿빛하늘 같은 갯벌이 펼쳐져 있다.
거길 지나서 잠진항 배터에 이르니 눈앞에 바로
무의도가 지척이다.
촉촉히 젖은 날씨가 가뜩이나 가까운 섬이 손에 닿을듯하다.
안개처럼 희뿌연 습기가 환상적이다.

'건너 가? 말어?'

거잠포를 돌아나와 영종 선착장길로 들어섰다.
반대편 북로와 마찬가지로 쭉쭉뻗은 해안도로에 차마저 신나한다.
여기 역시 해당화무리들... 때를 기다린다.
거기에 인상적인 건물 하나(아니 해안 곳곳에 있다)... 바로 초병들의 해안초소...
서양의 중세 군인들의 투구모양을 한 하얀 건물이 이국적이다.
나중에 애들 사진이나 찍어줄까 보다.

차를 세우고 철책너머 바다를 본다.
여기서 바라보이는 드넓은 갯벌은 경계가 불분명하다.
잿빛 하늘에 뒤섞여 어디서부터 하늘이고 바다인지, 갯벌인지 모호하다.
하늘과 땅이 하나다.
보이지 않는 저편 어딘가가 월미도이고, 송도 신도시며 시화공단의 어디 쯤 되겠지.

월미도로 건너는 구읍선착장(영종선착장)에 오니 저쪽에 또 다른 내가 있는것 같다.
허기사 맨날 저쪽에서 이쪽만 바라보지 않았던가.

여길 끝으로 영종· 용유도 둘러보기를 마쳤는데 여운이 길게 갈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과 함께 한다면 그 여운은 더욱 길게 가겠다.

휴일날 날잡아 돌아보리라. 가족과 함께...

030430.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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