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향기에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온 산이 하얗다. 시간의, 세월의 흐름도 잊고 사는 내게 낯익은 향기가 정신이 번쩍 들게한다.
그 밤꽃이 이 산, 저 산... 도회지 주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야산에 마른 버짐처럼 희끗희끗 번져있다. 매혹적이지도 않은 수수한 담황색의 꽃. 시각적인 면보다 후각적인 매력이 강렬한 꽃. 그 밤꽃향기가 지금 온 산야를 황사처럼 뒤덮고 있는 것이다. 밤꽃처럼 世人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꽃향기는 없다.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유난히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유가 그 냄새를 지나치게 의식해서가 아닐까? 아니라고 하겠지만 '성(性)에 초연하다, 밝히지 않는다'는 자기 방어적 성격이 밤꽃향기를 '싫어한다'로 표출되는게 아닐까한다. 이 밤꽃향은 남자의 정액냄새와 같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천지에 운무처럼 짙게 깔린 밤꽃향기 속에 과년한 처녀들이 잠겨있다면 어떨까?
실없는 생각에 스스로도 낯쩍다. 꽃은 여성과 비유되지만 만일 남성도 꽃으로 비유한다면, 밤꽃은 풋풋한 숫총각이라 하겠다. 이 숫총각의 강렬한 냄새가 밤꽃향기고...
어느 시인들의 글을 덧붙인다.
「때마침 풍겨오는 밤꽃향기는 또 얼마나 지독하겠습니까?
밤꽃향기는 꼭 남자의 정액냄새 같아서
하마 천연덕스런 여자들은 온 몸, 온 마음이 화안한 밤꽃으로 열려서 자칫 무슨 일을 저질러 버리기도 하겠지요.」 -시인 천양희 님-
밤꽃 필 무렵
밤꽃 냄새 알면 처녀가 아니라고 했네
동네 과부는 바람 타고 이름을 바꾼다고 했네.
-시인 이 덕 님-
030611.. 가자고...
[아하~ 그렇구나] 남성의 '밤꽃 향기' 스퍼민 성분 탓 (일간 스포츠 기사)
'스쳐 지나가는 여인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가 난다'는 여인의 멘트가 나오는 광고가 있었다. 남성의 정액은 밤꽃 향기를 낸다. 옛날 부녀자들은 밤꽃이 한창 필 때 바깥 출입을 삼가야 된다고 했다. 정액 냄새와 같은 밤꽃 냄새를 맡고선 음심이 동해 공연히 쓸데없는 일을 저지르지 않을까 걱정해서다. 요즘 생각하면 터무니 없는 소리라 하겠지만 그 때는 그랬다.
홀로 밤을 지새워야 하는 과부들은 밤꽃 피는 계절이면 홀로 허벅지를 꼬집어 가며 깊은 고독감에 몸을 떨어야만 했다. 그만큼 밤꽃 냄새는 여인의 정신을 몽롱하게 할 만큼 강렬했던 것이다. 그래서 얄궂은 밤꽃 냄새를 양향(陽香) 즉 남자의 향기라 불렀던 것이다. 그런데 이 정액이 질을 통해 들어가면 여자의 몸 속에서도 죽지 않고 생생하게 살아 돌아 다닌다는 희한한 보고도 있다. 어떤 여성은 성교 후 30분이 지나자 숨을 쉴 때마다 입에서 밤꽃 냄새가 피어 올랐다고 한다.
대개는 콘돔을 사용할 경우 페니스에서 콘돔을 빼는 순간 냄새가 확 퍼진다. 또 질내에 사정하면 여성의 분비액과 뒤섞인 기묘한 냄새가 난다. 무엇보다 여성의 입이나 얼굴과 가까운 곳에 사정했다면 여성으로선 강렬한 밤꽃 향기가 뇌리에 깊이 남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자칫 그 냄새에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
어쨌거나 정액의 밤꽃 향은 전립선에서 나오는 스퍼민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0306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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