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초딩의 프로포즈(3)

-gajago- 2009. 2. 8. 16:38
▷꼬마숙녀와의 약속◁

역시.. 아침 1교시 수업이라.. 잽싸게 일어나 후다닥 준비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아침시간은 너무 빠듯합니다..T.T..에구.. 지겨워....
대충대충 가방을 챙기고.. 옷을 입고.. 머리?..당연히 안감습니다..-_-;;;
그래도 세수는 합니다.. -_-;;;;;

열씸히 준비를 한후.. 바로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치도 못했던게 있었습니다.. 바로 삐삐!!
이런..!! 항상 책상위에 삐삐를 올려놓는 저는..
어젯 밤에 옷바구니 속으로 던져버린것을 모른채..
책상에 삐삐가 없자.. 이미 가방에 넣어논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T.T..
멍청이...

시간은 흐르고 흘러.. 오늘의 수업이 다 끝났습니다.
할일도 없고..친구들이랑 술이나 마시기로 했습니다.
오후부터 퍼마시는 술.. -_-;; 왜 그때는 그렇게 술을 진창 마셔 댔는지...쩝..
심심하거나 할일 없으면 무조건 술마시러 가는게 우리의 일과였습니다.. -_-;;;
그렇게 돈이 많았었나..? -_-;; 흐음...

한창 술을 먹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친구놈의 삐삐가 울리는 것이었습니다...
친구들: 오..~ 삐삐도 울리다니.. 인기있는놈..-_-;;;;

그 삐삐소리를 듣는 순간.. 제 머리에 무언가가 뇌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아!!! 내 삐삐!!!!
전 얼른 가방을 뒤져보았지만.. 삐삐는 찾아볼수가 없었습니다. -_- ++ 이런!!!!
이제서야 어제밤의 일이 생각나버린것 이었습니다..

나: 야.. 나 삐삐 음성확인좀 해보고 올께~~~

뭐.. 특별한 내용들도 없을것 같았지만.. 왠지.. 음성확인을 해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중전화에 동전을 넣고.. 번호를 눌렀습니다..

" 11개의 음성메세지가 있습니다 "

헉!! 하루만에 이리 많이 왔단 말인가.. -_-+ 도대체 누구야! 나를 찾는 인간이!!!
후하하하!! 나의 인기가 이렇게 폭발적이었나?? -_-;;;

전 잽싸게 음성을 하나씩 듣기 시작했습니다.

" 첫번째 메세지 입니다. "
" 오..오빠.. 저.. 연진이 인데요.. 저 오늘 3시에 끝나거든요.. " 
딸깍.......-_-;; 앗... 끊겨 버렸네.....음... 뭐지...... 

" 두번째 메세지 입니다. "
" 저 오늘 3시에 끝나는데 오빠한테 줄게 있거든요.. 오빠 집 앞에서 있을께요.. " 딸깍....

.....서...설마....!!! 전.. 심장이 콩닥 콩닥 뛰기 시작했습니다..

" 세번째 메세지 입니다. "
" 언제쯤 오세요..? " 딸깍...

.............. 제 얼굴은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하나만 더 들어볼까
.... 그..그래.. 음성..하..하나만..더...더들어보자...

" 네번째 메세지 입니다. "
" .....오빠.. 아직도 학교 안끝났어요..??....." 딸깍....

이..이런..!!!! 갑자기 제 머릿속에 어제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기 시작 했습니다.....

여..연진이와의... 야...약속...!!!!!!
이....녀석.. 꽤나.. 기대했을텐데..

전 얼른 친구들에게로 돌아간후.. 급한일이 생겨서 가야한다고 말했습니다.

민: 야.. 미안해! 나 정말 급한일이 생겼어!!! 나중에 보자!!!

잽싸게 달려가.. 지하철을 탔습니다.
현재 시각이... 8:30.. 이제..지하철 타고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대충...

1시간 걸리니까... 9:30..!!!!!! 아..직...까지..기다리고 있을까..???
서..설마.. 이젠..지...집에... 들어갔겠지..? 아니야.. 걔 성격으론..아직도 기다릴꺼야..!!
아..아냐!!! 집에 갔을꺼야.. 으아아악......어떻게 된거야..!!!!
너무도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이..이대로는 안돼... 안돼...
전 한 정거장.. 한 정거장.. 멈춰서는 지하철을 도저히 숨막혀서 탈 수가 없었습니다.
잽싸게 다음 정거장에서 내린후.. 역을 나가.. 택시를 잡았습니다.

민: 어디어디인데요!! 제발.. 빨리 가주세요.. 너무 급합니다..!!!

다행히도.. 찻길은 막히질 않았습니다. 시원시원하게 달려가는 택시..
약간은 조급했던 마음이 풀어지는 듯 했습니다.. 휴...

집 근처의 골목에 도착한.. 시간. 9:15분!!!
전 택시의 문이 떨어져라 쾅~ 닫고는... 재빨리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멀리서.... 쪼그려 앉아 있는.. 한 아이가 보입니다..........
쪼그려 앉아 있기는.. 그 녀석만의 주특기입니다........가슴이 저려옵니다...
마음 한구석이 텅..비어버린것 같습니다....

..... 여...연진아...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연진의 모습이 뚜렷하게 내눈에 박혀왔습니다..
전 달려가고 싶었으나.. 왠지 발이 잘 떨어지질 않아.. 터벅터벅 걸어 갔습니다.

민: 여..연진아...!
연진: 아.. 오빠......
민: 아직까지.. 기다린거야...?
연진: 학교 이제 끝난거예요???
민: .........

전 차마 대답을 할수가 없었습니다.. 술먹다가 늦게 왔다고.. 어떻게 말을 하란말야....

연진: (씨익 웃습니다) 오빠 자.. 이거 줄께요~~

활짝 웃으면서 무언가.. 예쁘게 포장한 상자를 제게 줍니다....
전 상자엔 신경도 안쓴채... 말했습니다..

민: 바보야.. 너.. 화도 안나..??
연진: 네..??
민: 화도 안나냐고.. 너 정말 많이 기다렸잖아..??
연진: (도리도리.. 고개를 젓습니다...)
민: 오빠가.. 정말 잘못했어.. 응..??
연진: 아니예요..~ 씨익~~

연진이의 웃는 모습.. 지난번 밤에 중학생 깡패새끼들한테 맞은 적도 있는 연진이..
아무래도 컴컴한 밤은 무서울텐데... 3시부터 9시가 넘도록까지.. 날 기다렸다니..
정말.. 바보같은 녀석.....
전 연진이의 얼굴에서.. 눈물자국이 있는것을 발견할수 있었습니다.

민: 너.. 울었구나...
연진: (도리도리... )
민: ...... 미안해...
연진: 오..오빠는.. 우는거 시..싫어하잖아요
민: .......
연진: 그래서 나 꾹 잘 참았어요..

전 연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그애의 손에 있는 예쁜 포장이 되어있는 상자를 가져왔습니다.
조용히.. 상자를 풀렀습니다...
그곳에는.. 여러색의 볼펜들이 들어있었습니다..

민: 이..볼펜들은...??
연진: 어저께 오빠가 나한테 삐약이 번호 적어줄때..

연진이는 삐삐를 삐약이라고 불렀습니다.
제가 삐삐번호 적어줄때 꺼낸 볼펜이 여기저기 부서지고.. 낡았더랍니다..
그래서 그걸 본 연진이는 새 볼펜들을 선물로.. 절 준것이었습니다.
그렇게까지 날 신경써줬다니..
이애는.. 초딩3학년이 아닙니다.. 정말 충분히 성숙한 숙녀입니다...

민: 이것참....
연진: ...??
민: 너..임마.. 쪼그만 꼬맹이가 감히 오빠를 이렇게 감동 시키는거냐??
연진: ......
민: 자.. 업혀라...-_-;;;;

그냥..업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냥.....
전 창피해하는 연진이를 억지로 업었고.. 동네를 몇바퀴나 돌다시피 했습니다.

민: 연진아~~ 정말 오늘 미안했고..~ 우리 있잖아..
연진: ??
민: 이번주 주말에 놀러가자!!!! ^^
연진: 네?
민: 이번주 주말에..~~!! 놀러가자구!!! 오빠가 그땐 꼭 재밌게 해줄께..!
연진: 응..^^
민: 에라.. 이 귀여운 녀석아!!! -__-;;;;;;

저도 모르게 신나서 " 이 귀여운 녀석아! " 를 커다랗게 외치고 말았습니다. -_-;;;
왠지 기분나쁜 눈길로 저를 쳐다보는 주위 사람들.. -_-;;;;;;

연진이와는 그렇게.. -_-;; 순정만화풍으로 오늘 하루를 끝냈고.. -_- ;;;;
정말 이 꼬마녀석에게 잘해줘야겠다.. 라는 다짐을 하고.. 또 했습니다.

(4) 부 계속됩니다... -_-;;;;;;

넘 이쁘다. 부럽다....

 

2001-05-22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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