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N?

추억여행에 '추억'은 없다.

-gajago- 2015. 12. 14. 13:04

☆ 추억여행에 '추억'은 없다.

┍ 다분히 주관적인 내 기억의 맛의 원형을 찾아서...

 

대구 동성로...

 

20여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 그곳의 정취와 분위기를 누리고

그때 그맛을 만끽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인가 보다.

그때의 추억을 재생하기 보다는 현재의 모습으로

과거의 기억을 덧씌우는 행위일 뿐이다.

 

그러나 현재의 모습에 과거의 기억이 도포될리 만무하다.

과거의 기억은 길고 진한 반면, 현재의 모습은 잠깐이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를 인정하고 타협해야 하는 건가.

현 시대가 과거의 내 기억의 맛을 보장하지 못하는데...

 

'과거 기억의 재생'이 나의 무모한 시도인지...

 

 생각이 많아진다.

 

동성로...

 

151205...

대구에 왔다. 20여년 전에 살던 대구에 꼭 20년 만에...

 

대구포항 고속도로의 초입에 들어서니 당시엔 산과 들만이 있었음직한 주위 풍경이 아파트밭으로 변해있다. 하기사 요즘 같으면 20년이면 강산이 두번이 아니라 20번은 바뀌었겠다.

 

그리하여 불로동, 지저동, 입석동, 대구공항 등 낯익은 지명이 나온다.

반갑다.. 만... 낯설고 생경하다.

 

너무 변했으니 분명 과거 내가 알던 '그곳'이련만 그곳이 아닌게 됐다.

아하~ 잘못왔는가.

 

방촌동...

내가 대구를 뜨기 전까지 살던 곳, 방촌동.

역시 많이 변했다. 대형 병원에 호텔까지 들어섰다.

방촌시장은 현대화 됐다. 깔끔하다.

 

과연 이곳에서 내 맛의 추억을 찾을 수 있을까?

 

동성로...

 

난 막창을 참 좋아한다. 특히나 돼지 막창을...

전용 소스에 푹~ 찍어 먹는 맛이란...

 

씹힐 때 입안에서 느껴지는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행복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그 맛의 '기억의 원형'은 20여년 전의 대구막창 맛이다.

 

우선 약간의 누르스름한 묽은 쌈장같은 느낌의 소스에 약 2cm 정도의 길이로 자른 쪽파를 뭉텅 넣는다. 네모 그물 모양의 석쇠를 걸친 연탄불에 먹기 좋게 도막낸 막창을 올리면 기름이 뚝뚝 떨어지며 불꽃이 치솟는다. 잘못하면 머리를 태울 수 있을 정도로...

 

그것을 긴 대나무 젓가락으로 뒤집어 가며 굽는데 구워진 막창은 바느질 할 때의 골무같은 모양으로 이걸 예의 그 소스에 쪽파와 함께 듬뿍~ 찍어 먹는 맛이란...

 

황홀하다.

그 순간 만큼은 행복감이 절로 든다.

 

 막창의 맛은 소스맛이 8할이라 할 정도 중요한데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인천엔 그러한 곳이 없어서 결국 대구까지 내려오게 됐다.-인천 살면서 언제 대구 한 번 내려가 제대로 먹어야지 늘 생각하던 차에 울산에 결혼식이 있어 하루 일찍 대구에 내려 온 것이다

 

동성로...

 

어쨋든.. 숙소를 정하고...

방촌시장 옆 골목의 예전 단골집을 가보니 없어졌다.

세월이 세월인지라 기대는 않했지만 아쉽긴 아쉽다..

 

인근을 돌아보니 출발 전에 미리 검색했던 '대구 *** 막창'집이 있다.

나름 유명한지 어느 블로거가 후기도 올려놨던 집이다.

 

일단, 분위기는 비슷하다.

둥근 테이블에 석쇠가 얹혀져 있고...

 

그러나 정작 막창이 다르다.

돼지 막창의 源形인 둥근 골무모양이 아니고 소막창처럼 편으로 썰어 내왔다.

모르는 사람 눈에는 마치 돼지 껍데기인 줄 알겠다.

 

'어~ 이게 아닌데...?'

 

주인에게 물어보니 막창의 냄새를 잡기 위해서 그렇게 한단다.

 

'이런~, 제대로된 막창을 먹을려고 왔는데...'

 

모든 대구의 막창들이 이렇게 바뀐건가?

20여년 전의 모습으로 하는 집은 이제 없는가.

아니면 체인점화 해서 이렇게 바뀐건가.-이곳 역시 체인점 같다-

 

잘못 왔구나. 그냥 기억속에만 남겨 둘 것을...

 

문득 이 글(20년 만의 귀향)이 생각난다.

 

동성로...

 

그 원형은 기억속에만 남겨 둘 것을..

그 기억을 새로운 막창이 덮어 씌우겠구나.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데도 그러한 곳이 없으니 여기에 적응해야 하나보다.

참으로 씁쓸한 여행이 되는구나.

 

현지 사람들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모양이니 이게 그대로 굳어져

'대구막창'하면 이러한 모습으로 자리잡을 것 같다.

 

결국 음식의 변형은 간편하게 돈많이 벌려는 외식산업의 체인점 화한 결과물이로구나.

 

얏든~ 또 한번 느끼게 되는 거지만,

좋은 기억(추억)은 기억속에만 남겨 두어야 할 것 같다.

 

 

이왕 이렇게 된 것.

현재의 대구나 둘러보자.

 

방촌동 해안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동성로에 왔다. 새랑이가 가보자고 해서..

 

대구역에 내려 동성로에 들어섰다.

 

'히야~!'

 

휘황찬란하다.

여긴 이미 연말이고, 이미 성탄절이다.

 

분위기에 따라 들뜨고 괜히 설랜다.

 

여기 도심은 옛날 그대로인 것 같다. 연말이 되니 조명만 늘었을 뿐...

(그때나 지금이나 멋진 상가 건물들이 좌우에 도열해 있다)

 

 

나무마다 장식된 조명이 이쁘다.

평소에 입지 못하던 새로운 옷을 입었다.

 

 

 

 

 

 

 

사람도 많고 분위기도 업되고...

연말임을 실감케 한다.

 

 

대구 백화점

당시에 대백... 이라 불렀었다.
지금도 그렇겠지.

 

 

이밤에..

나뭇잎의 빛깔 보소...

 

너무 이쁘지 아니한가?

 

 

조명보다 가로수의 나뭇잎이 더 돋보인다

 

 

 

나뭇잎 사이로 밤하늘이 보이는 게 마치 여백의 미를 보는 것 같다.

밤 하늘에 별들이 보였다면 나뭇잎의 저러한 그림은 나오지 않을 터...

 

 

 

 

자연이 베풀어 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선물이었다.

 

 

 

 

김광석 거리에 갔다.

새랑이가 엑소(?) 누군가의 모습으로 사진 찍고 싶다고 해서..

 

물론 나 살 땐 이러한 거리가 없었지. 

 

 

 

 

 

김광석이란 가수는 참 행운아란 생각이된다.

전통음악 말고 소위 '가요 반세기' 동안 얼마나 많은 가수들이 명멸했는가.

 

수많은 가수들이 한때를 풍미하고 세인들의 사랑을 받아 왔건만 자신만의 노래비나,

나아가 자신을 기리거나 추모하는 거리가 있는 가수가 얼마나 있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찾아와 기억하고 추모하며 사진 한 장 같이 찍으므로써 그들 뇌리에 영원히 남아있게 되는 것 아닌가.

 

참으로 복많은 가수이다.

 

 

어쨋거나,

이게 엑소 누군가가 사진 찍은 위치이고 모습이란다.

 

허~ 참...

 

 

 

서정이도 같은 모습으로 찍고...

 

 

이렇게...

 

 

밤은 흐르고...

 

 

 

 

 

사람은 그 자리에 서 있건만

시간은 흐른다.

 

자꾸만..

자꾸만...

 

 

 

그리하여                  서정이가 제대로 폼 잡는다.

 다시, 대구역

 

 

 

 

 

 

시내 지도를 區마다 다른 칼라를 입혀 놔 구별이 쉽다.

 

 

 대구역 지하철 승강장.

 

 

햐~ 세상 좋다.

대구역에서 방촌동까지 약 15분이라..

 

옛날엔 버스로 약 40~50분 걸렸던 것 같은데... 

 

지하철 안내판에 소요시간을 표기한게 반갑고 이채롭다.

 

옛날 80년 초반의 1호선 경인국철 노선표에 구간의 km수를 표기했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승강장의 벽에 부착된 좋은 글귀들..

요건 수도권 지하철하고 같구나.

 

 

 

이렇게 대구막창의 원형의 을 찾고자 하는 기대는 틀어졌지만,

동성로니, 대봉동 거리 등을 다시 눈에 담게 돼 그나마 다행이었다.

 

다만, 지하철 역사안의 안내판에 '대곡~안심'이라고만 돼 있어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분간키 어려웠다.

· 종점을 기준으로 표기를 하면 여행객들은 잘 모른다.

'반야월', '동대구', '대구', '월배'등 유명한 지역명을 병기하면 방향 찾기 쉬울텐데...

 

얏든~

내가 대구를 떠난 후(95년) 지하철이 완공 돼 지금에 이르렀는데 격세지감을 느낀다.

 

내가 떠난 후 와룡산 개구리 소년들 실종사건, 대구상고 앞 지하철 공사장 사고,

시청앞 지하철 화재사고 등 여러 사고를 접했을 때 가슴 아팠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

 

151214..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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