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아버지에 관한 씁쓸한 기억...
거기는 농번기가 되면 무척 바쁘다.
오죽 하면 부엌의 부지깽이도 날뛴다하지 않은가?
그렇다보니 네 일, 내 일이 따로 없다.
우리 어렸을 때는 안 그랬겠지만, 성장기 이후엔
젊은이가 없는 관계로 그야말로 전천후가 되지 않으면 안되었다.
남자의 부엌 출입? 물론 당연한 일이 되었고...
나도 밥도 하고 그랬으니까...
한 번은 학교에서 돌아오니(저녁 무렵, 고 3때쯤 됐던가?)
아버지께서 부엌에서 나오신다.
여건이 그랬더라도 안스럽게 보이신다.(당시 아버지 연세가 많으셨다)
대충 옷 갈아 입고, 마당도 쓸고 부엌으로 들어 갔다.
'밥이라도 하셨나?' 하며 솥을 열어 봤다. 가마솥을...(당시엔 다 그렇지?)
헌데...
헌데...
물을 끓이셨는데...
솥 안엔...성냥 한 통만(통성냥) 둥~두웅...
갑자기 눈물이...
이렇게 많이 늙으셨구나... 허긴 60이 훨씬 넘으셨으니...
(농촌의 60대는 노인이다. 그 만큼 힘이들고 빨리 늙으신다.)
당신은 그 사실을 모르신다. 내가 얼른 성냥을 꺼내 놨기에...
지금은 안계시는 아버지...
아~
아버지...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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