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3박 4일...그 길었던 이별연습(3)

-gajago- 2009. 10. 25. 12:54

====어느 가장의 일기==== 

 

36. 3박 4일... 그 길었던 이별연습(3)--->메거진 18호

★2000.10.12일←셋째 날...

 

간호사가 아침에 들러 기관지 내시경검사를 해야 한다며 금식을 지시했다.

오후 1시 반... 부분 마취를 하고 검사를 받았다.
마취를 했다지만 코속으로 호스가 들어가 속을 헤집으니 기침이 나서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병실로 돌아온 나는 기관지 내시경을 왜 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본다.
'임파선이 붓는 이유는 자체 종양 때문이거나 다른 부위에 종양이 생긴 경우의 둘 중 하나인데
조직검사를 하기전에 이런 검사를 하는것은 이미 악성쪽에 상당한 가능성을 두고  그 발병 장소를

찾는다는 말인데?'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다시 한 번 절망감이 엄습하면서 온 몸에 힘이 쭉 빠진다.
오늘은 지정 회진도 없다.

하긴 이 상황에서 나나 의사가 결정할 수 있는건 하나도 없는데 피차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그저 어떤 운명이 기다리는지 확인하는 것 밖에...

억지잠을 청하고 있는데 옆 침대 아저씬 산책을 나간 듯, 아주머니가 어느 친지와 통화하면서 흐느낀다.

"그  oo병원 놈들이 아프다는 사람 8개월 동안 CT촬영 한 번 안하고 정형외과, 소화기내과, 호흡기내과로 돌리더니, 여기와서보니 폐암 말기래. 이젠 늦어서 수술도 안된다는데 어쩌면 좋지...
아직 저 양반은 몰라... 멀쩡 하니까 출근하겠다는데... 막내가 겨우 중3이야...우린 이제 어떻게 살아? 흑흑흑..."

가슴 절절한 사연에 차라리 눈 감아 버린다.

저녁에는 회사의 여러분과 가족들이 문병을 다녀갔다.
의연한 척 하려 무척 애썼지만 "운명"을 기다리는 것은 1분 1초가 힘들었다.

어쨋든 내일 저녁이면 이 고통도 멈춰 지겠지...

010614.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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