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장의 일기===
3박 4일...그 길었던 이별연습--->메거진 19호.
★2000.10.13일←네째 날...(마지막)
☆아침 7시...
내가 첫 번째 수술 대상자란다.
중앙수술실까지 따라온 아내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누워있는 내 어깨를 꽉 감싸쥔다.
수술받는 동안 아내는 바깥에서 피말리는 세시간을 보내야 하겠지.
지금이라도 이 여자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련만...
나는 곧 수술대에 옮겨졌다.
"자~ 열 번만 심호흡 하세요. 하나, 둘..."
다섯도 채 못세고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누군가 내 이름을 계속 불렀다.
"일어나세요. 수술 끝났습니다."
잠시 후 나는 회복실에 있었고, 간호사들은 주위를 부산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중 한 간호사가 내게 "수술이 잘 되었답니다." 라고 얘기해 줬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오전 10시 반...
회복실에서 병실로 옮기는데 아내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수고했어요,여보..." 하고는 별 말이 없었다.
아마 수술결과에 대해선 그녀도 아직 들은게 없는 것 같았다.
11시 반경, 상태를 살피러 온 간호사에게 수술결과를 조심스레 묻는다.
"글쎄요~ 수술은 잘 됐구요. 암은 아닌 것 같다고 하덴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온 몸에 전류가 흐르듯 생기와 희망이 솟구친다.
아내가 주치의를 찾아 뛰어 나간다.
'오~ 감사 합니다. 저를 한 번 더 봐주는 쪽으로 결정해 주셨군요.
이번 일을 교훈삼아 앞으로는 삶에 보다 충실하게 베풀면서 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좋은 아들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살아가겠습니다' 라고 몇 번씩이나 속으로 되뇌었다.
☆오후 4시...
지정의가 회진을 돈다. 병동 주치의와 레지던트, 병리사등을 대동하고...
그는 밝은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건네왔다.
"지옥 문턱까지 갔다 오신 걸 축하드립니다."
아무 일 아니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은지 아내는 다시 한 번 더 다짐이라도 받아 두겠다는 듯 확인한다.
"정밀검사 결과는 아직 안 나왔다던데... 간이 검사의 정확성은 어느 정도인지..."
"99.9% 입니다."
"그럼 임파선이 부은 것은 무엇 때문인지?"
"물혹이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그 자리에서 악성 종양말고 물혹이 생기는 경우는 정말 드물거든요"
그래... 이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구나. 내 가정, 내 친구, 내 일...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건 덤으로 받은 인생이라 해야하는 건가?
지금도 꿈을 꾸듯 멍하기만 하다.
지난 며칠 간 겪은 상황들이 실제 있었던 일인가 정말 믿기지 않는다.
어쨋든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만난 그 착잡했던 순간들...
덕분에 내 삶의 방식이 아주 많이 바뀌게 될 것 같다.
어떻게? 글쎄... 그건 이제부터 고민해야 할 숙제다.
일단 내 가족을 포함한 주위의 모든 것들을 몹시 사랑하겠다.
무책임한 남편, 아빠가 되지않기 위해 먼저 20여년을 피우던 담배도 끊구...
이번엔 다행이 비켜 갔지만 언젠가 다시 운명의 순간을 맞는다면
두 번 다시 후회와 자책속에서 남은 시간을 허비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여러분도 부디 건강하세요.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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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자신과 가족을 위해 건강에 신경쓸 때... 진짜 술, 담배를 멀리해야 할 것 같군요.
위의 이야기야 해피엔드로 끝나서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휴~'
모두 건강관리 잘 하자구여...
010615.
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