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마음의 상처.

-gajago- 2009. 11. 24. 20:33

한 나무꾼이 있었다.
어느 날 산에 나무를 하러 가려 채비를 채린다. 그걸 보던 이웃 주민,

"여보게! 요즘 산에 호랑이 출몰이 잦다는데, 만나거든 얼른 도망 오게나."
"괜찮습니다. 친구를 삼으면 되지요. 뭐"

그리고 산에 올라갔다.
한참을 그렇게 나무를 하는데 어디선가 신음소리가 들린다.

가까이 가 보니... 호랑이었다.
발에 가시를 찔려 쩔쩔맨다. 끙끙댄다.
하도 안쓰러워 나무꾼이 다가가 가시를 빼줬다... 둘은 그렇게 친구가 됐다.

호랑이: 여보게 자넨 내가 무섭지 않은가?
나무꾼: 친구인데 뭐가 무섭나?
호랑이: 그래? 맞아! 우린 친구지? ㅎㅎㅎ
나무꾼: ㅎㅎㅎ

그리고 둘은 그렇게 잘 어울려 친하게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호랑이가 말한다.

"여보게~  친구! 우리 진짜 친구지?"
"그럼~  아주 친한 친구지."
"그럼 자네집에 초대 한 번 안하나?  친구집에 가보고 싶으이..."
"좋오치~ 감세..."

나무꾼은 호랑이친구와 집으로 돌아왔다.

"여보! 나 왔어~ 친구를 대리고 왔어~"
"수고했어용~, 어서 오세용~" 하며 마누라가 나온다. 그러더니
기.겁.을.한.다. 호랑이를 보고...

호랑이: 안녕 하세요?

"여보! 내 친구야~ 인사해요."
"에그머니~ 여ˇ뽀! 당신은 친구 할 사람이 없어서 저런 더럽고 냄새나는 들짐승과 친구를 해요?"
"아니야~ 내 친구야. 내 친구한테 그렇게 심한 말을..."

호랑이: 뭐? 내가 더럽고 냄새 난다구?............이제 자네랑 친구 않해~

하며 호랑이가 돌아간다.

나무꾼: 여보게 친구! 아니야! 가지마~

그 후론 나무꾼은 호랑이를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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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나무꾼이 나무를 하는데 호랑이가 찾아왔다.

나무꾼: 여보게 친구! 보고 싶었네~
호랑이: 내 발 좀 보아주게.
나무꾼: 이제 다 아물었구만 그려...
호랑이: 그렇지 시일이 많이 지났으니...
         하지만 마음속에 난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네. 잘 있게.

그 후로 나무꾼은 다시는 호랑이를 볼 수 없었다.



그렇다. 손톱밑의 가시는 잘 알아도 마음의 상처는 보이지 않은 법...
우리는 나도 모르게 타인에게 얼마나 많은 마음의 상처를 안겨주고 살까.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할텐데...

 

2001-09-03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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