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머피의 법칙

-gajago- 2009. 12. 4. 19:52

오늘은 어제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 쑈" 에서 들었던 야그한 번 해 보자. 
'세상사는 이야기' 코너에 나왔던...



지금으로부터 한 20년 전으로 올라 갑니다. 내가 중학에 다닐 무렵으로...
한 미모의 영어선생님이 부임해 왔습니다. 우리는 그 때 이제 막 이성에 눈 뜰 나이... 
나는 그 영어선생님에게 잘 보이려고 신경도 많이 썼습니다. 고민도 많이 하구...
또한 단어 외우기 숙제도 열심히 했습니다. 왜냐? 잘보여야 되니까~ ^ ^

그런데, 이렇게 엊 갈릴 수가 있단 말입니까? 그런 날이면 숙제 검사가 꼭 내 앞에서 끝나는 거였습니다. 

나도 시키면 자신있게 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이런 일이 한 두번 반복되자 나는 요령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밀려있는 애들이 많은 날은 숙제를 안했죠. 어차피 나까지는 오지도 않을테니까. 
그런데~ 그런 날은 왜 꼭나까지 걸리는지... 
내가 숙제를 해 온날은 내 앞에서 끝나고, 그렇지 않은 날은 나까지 걸리고...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나는 전혀 걸리지 않을 안전한 날... 물론 숙제를 않했죠. 이번에는 진짜 걱정 없다며...
헌데 이번에는 지그재그, 건너 뛰기로 시키느데... 또 걸렸습니다. 미치겠더군요. 

또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새 자전거를 하나 사 주셨습니다. 
그걸 타고 신나게 등교를 하는데... 예의 그 영어 선생님이 오시는 거였습니다. 
나는 번쩍번쩍 빛나는 자전거에서 멋진 폼(왜 있쟎습니까? 영화에서 나올 법한 그런 폼)으로 큰 소리로 인사를 했지요. 

"안녕 하세요?" 

그리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아아~ 나는 그걸 보지 못했습니다. 바퀴앞에 커다란 돌뿌리를... 
나는 처참하게 새 자전거와 함께 꼬꾸라졌습니다. 오오~ 하늘이여! 우째 이런 일이...
난 한 보름을 붕대감고 다녀야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잘 보이고 싶었던 영어선생님에게 자꾸만 잘 못 보여 갔는데...
그런 이야기들은 지금부터 하는 얘기의 전초전도 못되는 야그입니다.

어느 날...
나는 화약(왜 예전에 화약놀이 많이 했쟈나여? 그 화약)을 가지고 놀다가 남은 걸 종이에 잘 쌓서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잘 기억이 안나네? 뭐였더라? 좌우간~) 단체로 맞을 일이 생겼습니다. 
그날은 맨날 때리던 조그마한 매가 아닌 야구방망이같은 큰 몽둥이였는데, 

친구들은 사색이 되는 거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왕 맞을 거 멋지게, 당당하게 맞자' 하고 엉덩이를 쑥~ 내밀었습니다. 

왜? 잘 보여야 하니까~ ^ ^ 

드디어 몽둥이를 든 선생님... 

그 몽둥이가 내 엉덩이에 힘차게 내려 꽂혔습니다. 바로 그 때...
"콰앙~" 마치 어디선가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교실을 진동했습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영문을 몰랐지요. 

선생님은 "꺄악~" 기겁을 해 뒤로 벌러덩 자빠(이런 표현이 어울리겠다.) 지시고... 
정신차려 생각해 보니 그건 전날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화약이 터진 거였습니다.
다른 급우들은 웅성웅성... 그때 이상한 냄새가 나 내 엉덩이를 만져보니... 마치 불에 데인듯~ 화끈화끈... 

그런데 조금 있으니... 엉덩이에서 불길이 솟구치는 거였습니다. 
아뿔싸~ 바지가 다 타 엉덩이가 노출된 채...

난 아무리 멋있게 맞으려고 했지만 그 순간만은 어쩔수 없더군요. 그래서 비명을 지르며 펄펄 뛰고 있는데, 

그제야 정신을 차리신 영어선생님이 교실 한 켠에 있던 물주전자를 가지고 와 물을 붓더군요. 

아아~ 그 몰골하며...

난 처참해진 내 모습에 처음으로 부모님을 원망했습니다.
'나를 왜 낳으셨나여~' 

나는 또 일주일을 붕대를 감고 다녀야 했습니다. 

아아~ 저주같은 머피의 법칙이여...

지금도 학창시절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그 일과 선생님...
그런데 그 추억이 아름답기만 해야 하는데 나는부끄럽기만 합니다.



끌끌끌...
듣는 사람은 재밌기만 하데 뭐~ ㅎㅎㅎ

그런데 잘 안 옮겨지네?  헐~ 


2001-09-05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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