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9/24) 이종환,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에서 들은 아주 잼있는 글을 하나 올릴까?
헌데 들을 땐 재밌었는데 재밌게 옮겨질지...
그러니까 내가 10살 때...
버스를 탔는데, 버스가 급정차를 하는 바람에 미처 손잡이를 잡지 못해서 앞에까지 뛰쳐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을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제 내릴려고 막 일어서는 아가씨의 엉덩이에 그냥 꽈앙~ 하고 부딪혔지요.
그러자 아가씨...
"까악~ 뭐 이런 저질이 있어?" 하며 화를내는 거였습니다. 내가 아무리 조숙하게 보였기로서니 그래도
이제 10살밖에 안 됐는데 무슨 치한을 보듯 하는 거였습니다.
누가 일부러 그랬나 뭐? 그리고, 남의 거시기에 부딪힌 나는 뭐 기분이 좋을까? 아뭏든 그랬습니다...
그 후에도 남의 옷자락에 김치국물을 묻힌다거나 또는 친구가 웃기는 바람에 앞에 앉은 아가씨에게
마시던 물품기... 등 몇 번 더 있었습니다만 지금부터 하는 얘기의 예고편도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군대를 막 제대하고 어렵사리 직장을 잡아 아직은 군기로 다니고 있을 즈음...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버스를 탔는데 조금 가니 한 이쁜 아가씨가 타더군요.
버스안에는 내 옆에 딱 한자리만 비어 있었는데, 난 속으로 그랬지요. '제발 내 옆에 앉아라. 앉아...'
그러며 강렬한 눈길을 보냈는데 내 눈길에 이끌려선지 아가씨가 내 옆 창가에 앉더군요. ㅎㅎㅎ
얼마나 기분 좋던지...
오늘 잘하면 껀수하나 올려? 하며 얼마를 가고 있는데, 바깥바람이 차가운지 창문을 닫으려 애쓰는
것 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던지 낑낑 거리더군요.
내가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투철한 기사도 정신이 몸에 밴 내가...
그리고, 두 분(이종환, 최유라씨를 말함) 같으면 그냥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내가 그랬지요. 기회는 이때다 하며 목소리를 낮추고 최대한 멋있게 깔며...
"제가 닫아 드릴까요? ㅎㅎㅎ"
아가씨는 "네! 감사해요."
으이그~ 하여간 이쁜 여자들은 목소리도 이쁘지... 껄...
나는 창문 손잡이를 잡고 아주 우아하게 닫았습니다. 옆자리 아가씨의 향기를 맡으며...
헌데 이게 웬일입니까? 창문이 꼼짝을 않는 거 아닙니까?
이게 무슨 창피람... 어휴~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고...
두 분은 여기서 포기 하겠습니까?
다시 나는 창문 손잡이를 꽉 움켜쥐고 힘껏 닫았습니다.
그런데... 아아~ 이런... 나는 손잡이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더우기 내 손은 몸을 앞으로 숙이고 있는 아가씨의 뒤통수를 정확히 강타...
따악~ --->"까악~"
아! 나는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 머리도 강하게 맞으면 깡통소리가 난다는 것을...
그녀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않은채 나를 노려 보는데, 솔직히 나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얼마나 무안하고 미안하던지... 그래서 조심스레 말을 건넸습니다.
"아가씨! 괜찮으세요?" 그 아가씨는 쏘아보며
"댁 같으면 괜찮겠어요?" 하며 찡그리더군요.
그리고 몇 정거장 더 가 내리더군요. 나를 한 번 더 째려보며...
으이구~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지? 어쨋든 그 일은 이렇게 잘(?) 끝나고 말았는데...
그날 저녘이었습니다.
퇴근길에 버스를 탔는데, 이번에는 진짜 이쁜... 긴 생머리에 늘씬날씬한 빨간 옷의 기가막히게 이쁜
아가씨가 타더군요. 난 또 그랬죠. '제발 내 옆자리로 와라... 와라... ㅎㅎㅎ'
역시나 그 아가씨도 내 옆자리에 앉더군요. 오매~ 좋은 것...
흠흠 난 열심히 아릿다운 여인의 향내에 취해있는데, 이 아가씨... 너무 피곤 했는지 내 어깨에 살포시 머리를 기대어 잠을 자던군요.
아! 이 행복... 그 기분 아십니까? 너무 행복하고, 흐뭇하고...
그 향기에 취해 나도 어느새 잠이 들었습니다. 꿈길을 헤메며...
얼마를 갔을까.
장내 방송으로 내가 내리는 정류장이 다 왔다는 멘트가 얼핏 들리더군요.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아릿다운 아가씨가 내 어깨에 기대어 잠을 자고 있는데...
그렇게 두 정거장이 더 지났습니다. 그 때... 어깨에 기대어 자던 아가씨가 잠이 깨는 것 같았습니다.
어깨에서 머리를 떼더군요.
그래서 난 '아~ 이제 다 왔나보다. 나에게 감사 인사를 표할까? 그러면 나는 무슨 말을 할까?
'저~ 아가씨... 저는 두 정거장을 더 왔습니다. ㅎㅎ' 이렇게 답할까?
라 생각하다가 아가씨에게 말을 했습니다.
"저~ 아가씨..." ~씨 자도 채 끝나기 전에 옆에서 말을 하더군요.
"총각! 잘잤어~ 나, 다음 정거장에 내리는데..." 해서 보니...
엉~ 이게 무슨 일이랴?
옆에는 웬 뚱뚱한 아줌마가 입가에 묻은 침을 닦으며 나를 보고 웃는것 아닙니까?
더우기 그 아줌마 얼굴에 덕지덕지 바른 화장이 내 어깨에 고스란히 묻어 있고...
으아~ 그럼 여태까지 나는 저 아줌마의 베개가? 이게 언제 어디서 바뀐거지?
그렇습니다. 내가 잠이 든 후, 어디에선가 그 아가씨는 내리고 그 아줌마가 탄 거였구...
나는 막 출발하려는 버스에서 일어나며 외쳤습니다.
"아저씨~ 나, 두 정거장이나 지났어요. 내려요..."
이렇게 되는 일이 없을까요? 이런 이야기들를 엄마께 했는데, 엄마 말씀이...
"맨날 여자만 밝히니 벌 받은 겨..."
두 분... 아직도 전 혼자랍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감사 합니다.
덧 붙이기.
이종환씨: 이젠 전철을 타라. 그러면 좋은 껀수가 있을 것이다.
최유라씨: 기회는 많았는데 마무리가 않된다. 마무리 좀 잘하라.
ㅎㅎㅎ 재밌다.
헌데 나에겐 그런 기회가 왜 없을까. 잘 할 수 있는 데... 끌...
그런데 쓰다보니 내용이 좀 달라진 것 같군... 하지만 뭐~ 한 번 듣고 완벽하게 그대로 쓸 수 있나?
그런 사람 있음... 함 나와 봐~
010925..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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