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늦 가을 풍경은..
수 백년은 됨직한 높다란 감나무는
잎도 몇장 없이 빠알간 홍시만 점점이---
다 뽑아버린 텅-빈 콩밭은
듬성 듬성 수숫대만 몇 대---
가끔씩 불어오는 투명한 가을 바람에
수숫잎은 서걱 서걱---
꽁지 빨간 고추 잠자리는
수숫잎 사이를 뱅뱅---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 아니, 달(月)은 11월이다.
11월... 한 계절(겨울)의 시작. 무려 2년동안(?) 지속되는 계절의 시작...
어느 누구나 자기가 특히 좋아하는 계절(달)이 따로 있으리라.
새 생명이 용솟음치는 희망찬 새 봄을, 작렬하는 태양빛 아래 그 짙푸름이 더해가는 한 여름...
온 산하가 형형색색 온갖 자태를 뽐내는 결실의 계절 가을... 백설처럼 순결한 하얀 겨울...
어느 계절이나 사람에게 나름의 魅力으로 어필한다.
그중에 난 가을의 잔해만 남아있는 늦은 가을... 아니, 초겨울이 좋다.
위 글(작년에 팔불출에 올렸던 글...)에서도 이야기를 했듯이
다소 차가운 냉기를 머금은 투명한 햇살아래 펼쳐진 정경들...
오히려 황량함이란 단어가 더욱 어울리는 그러한 분위기...
그 분위기속에는 어릴 때 보아왔던 기억이 많이 작용하고 있으리라.
마당에는 미처 떨지못한 누런 콩(메주콩)의 콩대가 널려있고,
처마 밑에는 겨우내 국거리가 되는 시래기를 얻기 위한 무청이 새끼줄에 엮이어 줄줄이...
따사로운 양지쪽에는 누런 강아지가 조는 듯, 자는 듯 무심하게 고개를 처박고 있고...
마당 한켠 화단에는 새빨간 맨드라미가 멋드러진 볏깃을 세우고,
그 옆에는 새끼줄에 묶여있는(쓰러지지 않게) 노~란 국화더미가 제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비스듬히 누워있고...
뭐, 이런 정경들...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사시사철 모든 기억이 있으나, 특히 늦 가을의 정경이 기억에 남는 건...
내게는 고향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림이라 그러하지 않나 한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이제는 월동준비를 해야 할 때...
겨울을 나기 위한 연료비에 김장 걱정 등... 머리가 무겁다.
흐유~ 겨울을 어찌 보내야 할꺼나.
우리같은 보통의 서민들은 겨울이 두렵다.
허어~
좋아하는 계절을 이야기 하다가 어찌 글이 이리 흘렀나.
어줍쟎은 감상과 현실이 충돌... 이리 됐구나. 헐~
011101..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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