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귀향

사람은 돌아오기 위해 고향을 떠난다고 하던가요?
하지만 난 20년 만에 돌아온 고향에서 고향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귀향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시도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향이 결코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고향이란 내가 태어나 자란 시간까지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그러므로 고향은 결코 실제하는 곳이 아니며
귀향이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에 불과 합니다.

고향에 돌아온 순간부터 나는 다시
낯선 시공간 속에 던져져 있습니다.

강제윤<보길도에서 온 편지>이학사/ 레이디 경향 부록 '해피 투게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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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우리가 고향이라 생각됨은 거기에 있을 당시의 모든 것,
즉 당시의 시간을 공유했을 때만 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가끔 고향이라고 가보면 이방인 같지 않은가. 왠지 낯설고 생경하고...
물론 많이 변한 탓도 있지만 그 보다는 그 때 그시절을 품을 수 없음이기 때문이다.
혹시나 타임머신이라는 게 있어서 그걸 타고 되돌아 간다면 모를까.

몇 년전에 사할린에 살고 있는 고령의 실향민을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한 일이 있다.
그러나, 모두들 거기로 돌아가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다.
반세기가 다 돼서 고향땅에 오니 고향같지 않더라고...

차라리, 그 세월만큼 살던 사할린이 더 좋다고...

고향은... 기억속에서나 존재한다. 갖고 있는 크기 만큼의 추억과 함께... 
찾아가면... 기억속의 고향마저도 잃어 버린다.

020113. 

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