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천행 전철을 타 보니, 한가지 광고로 '도배' 돼 있다.
바로 의류 업체인 '코뿔소'로 잘 알려진 PAT의 이미지 광고로...
그런데 다른 건(매거진 133호, 도배1 참고) 분위기와 느낌이 좋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브랜드라 그런가? 아니면 광고 내용?(<--- 아마 그럴 것이다. 둘 다 일수도...)
위 광고는 우리의 감성을 자극시킨다. 배경 그림(사진)이...
붉게 물들어 가는 숲길하며, 호젓한 오솔길...
추수 끝난 지 좀 된 듯한 들판에 바닦까지 훤히 들여다 보이는 개울물..
들판과 산의 끝자락들이 만나는 곳에 가로질러가는 그 개울을 연결해 주는 다릿목...
동네 고샅으로 힘들게 들어갈 듯한 소롯길... 거기를 지친 듯 걸어가는 어느 농군...
시골 사람이라면 고향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러한 풍경들...
내 고향 한 켠을 바라보는 느낌. 아니, 그 속(고향)에 있는 듯한 그리운 정경들...
거기에 알듯 모를듯한 싯구같은 그림에 걸 맞는 글 몇 편...
『무엇을 남기고 있다
무성하게 흐르는 시간
황금빛이다
그것은 우리의 질서
나를 사랑해 주는 세계
가을의 서쪽으로
무엇을 남길 것인가』
『흔들리는 잎 길에서
개울과 나란한 길이 불안한 듯
개울과 마주서서 이야기한다
아담하게 숲이 움직일 때
그 즐거운 그림
그리고
상록수는 그렇게 흔들리며
나 자신을 파랗게 그려낸다』
『우리는 공허한 공기
우리는 떠도는 구름
우리에게는 모습이 없지
우리는 무한
우리에게는 휴식이 없다
우리는 사람이 그립다
우리는 자연이 그립다』
『몇 천년 걸려도 도저히 한일,
표현해 낼 수 없지
그 영원한 희망의 색...
햇빛 쏟아지는 그 아침
그가 우리를 껴안듯
지구 위에서 상념의 유성이
또 나를 껴안는다』
같은 도배(광고의)라도 이렇게 다르다. 받아 들여지는 게...
삭막한 전철안이 정겹게 느껴진다. 고향의 표정이 물씬 풍긴다.
나는 내 고향으로 한달음에 달려간다. 저 다리를 건너면 우리 동내가 나온다.
'구름이 비치는 이 개울에서 멱도 감았었지,
송사리도 잡았지. 검정 고무신에 담았었지...
이 오솔길에서 여자친구랑 걷던 정겨운 추억도 있었지...'
바로 이렇게 빨려 들어간다.
아스라한 기억 속으로...
다만 한가지...
의류회사의 광고였기에 군데군데 모델들이 자사 자켓을 입고 찍은 사진이 있었지만,
그 모델들이 우리의 모습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리의 고향에서 서양애들이 폼잡고 있다.
그게 아쉽다.
2002-01-21
가자고...
'잡기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프간의 뒷처리... (0) | 2010.02.12 |
---|---|
전생 (0) | 2010.02.12 |
삼년고개 + 동방삭이 (0) | 2010.02.12 |
20년 만의 귀향 (0) | 2010.02.12 |
武功 호흡법(흠파 호흡법) (0) | 2010.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