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삼년고개 + 동방삭이

-gajago- 2010. 2. 12. 17:15

매거진 지난호(155호, 성큼 다가온 미래도시?)에서 '탄천~' 이야기가 나오니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옛날 이야기 중에, '삼 년 고개' 와 '삼천갑자 동방삭이' 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두 이야기를 함 연결시켜 볼까?



옛날 어느 마을에 한 노인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이 냥반이 이웃 마을의 잔칫집에 놀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고개에서 넘어졌다. 
헌데 그 고개는 소위 '삼 년 고개' 라... 한 번 넘어지면 삼 년 밖에 못산다는 전설적인 고개였다. 

집으로 돌아온 이 냥반... 
식음을 전폐하고 자리에 눕는다. 며칠씩 말을 안한다. 
"끙~ 끄응..." 

영문도 모르는 가솔들은 전전긍긍한다. 
이윽고, 답답해진 부인과 아들들이 묻는다. 대체 왜 그러시냐고... 

"흐유~ 여보! 마누라, 그리고 애들아! 듣거라. 내가 엊그제 아무개네 집에 다녀 오다가 
고갯마루에서 넘어졌지 않았겠느냐. 어쩌면 좋으냐? 난 이제 삼 년 밖에 못 살게 됐구나." 

일순, 가족들의 얼굴이 흑빛으로 변한다. 
그집은 그날부터 초상집같은 암울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 소문이 동네에 다 퍼지고... 

그러던 어느 날... 
그 동네에 아주 똘똘한 꼬마 하나가 그 집에 찾아왔다. 그리고 주인 영감에게 말한다. 

"할아버지. 삼 년 고개에서 넘어져서 걱정이라면서요?" 
"그으래... 그런데 왜?" 
"에구, 할아버지도... 왠 걱정이시람?" 
"이눔아! 왜 걱정이 안 돼? 난 앞으로 삼 년 밖에 못 살게 됐는데. 고얀 놈 같으니..." 

그러자, 꼬마는 정색을 하고... 

 

"할아버지..." 
"왜? 이눔아~" 
"삼 년 고개에서 한 번 넘어지면 삼 년 밖에 못 산다고 해서 삼 년 고개지요?" 
"그...렇지?" 

 

하며 '푸욱~ ' 한 숨을 쉰다. 

"그러면 거기 가셔서 또 넘어지세요." 
"뭐야? 이눔의 자식이 보자보자 하니까... 떽~ 썩 돌아가! 나보고 당장 죽으란 말이냐? 
고얀 놈 같으니..." 
"할아버지 역정 그만 내시고 제 말 좀 들어 보셔요. 거기서 한 번 넘어지면 3년을, 
두 번 넘어지면 6년을, 세번 넘어지면 9년을 살거 아녜요?" 

듣던 영감... 

"... 옳다. 그렇구나." 

그리하야 이 녕감은 그 고개에서 몇날 며칠을 그 고개에서 떼굴떼굴 굴렀다. 
그래서 장수했다 한다. 

 

----여그까지가 '삼 년 고개' 야그.. 끝---- 


 
----이제부터 '동방삭이' 야그.. 시작 ^ ^---- 

 

그 냥반 얼마나 굴렀던지, 삼 년이 아니라 무려 삼천갑자(1갑자: 60년--->18만 년)를 살았다는 야그다. 
그 사람이 바로 '삼천갑자 동방삭이' 라... 

그런데, 어느 날... 
염라전의 염라대왕이 보니, 인간세상에 무려 삼 천 갑자나 살고 있는 인간이 있는 것이었다. 

"허어~ 이런 고얀... 감히 인간인 주제에 우리 神과 같이 사는 놈이 있다니..." 
"여봐라! 최판관을 불러라." 
(최판관 : 저승에서 인간들의 명부를 관장하는 이. 그 명부에-소위, 인명사전- 인간들의 
수명이 

다 적혀 있음. 내 꺼도? 있겠지 뭐... 에구~ 가서 지울까? 손오공처럼 붓으로... 가자고~) 

"네~ 최판관 대령이요." 
"네, 당장 사자들을 시켜서 인간세계에서 삼천갑자를 사는 놈을 잡아 들여라!" 
"전하~ 그 자는 잡을 수 없나이다." 
"무슨 말이냐?"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그 자는 언제부턴지 명부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그게 누군지 아무도 모릅니다." 
"허어~ 답답한지고... 그러면 그 인간을 그냥 놔 둘 수 밖에 없단 말이냐?" 

그러자, 최판관이 곰곰이 생각타가... 한 꾀를 낸다. 

"전하! 있습니다. 대신 사자들에게 숯을 가지고 내려 보내시옵소서." 
그러며 방법을 소상히 아뢴다. 

그래서 저승사자들... 
평민복장으로 인간세상에 내려와 동방삭이를 찾아 다닌다. 

어느 날... 
이 녕감(동방삭이)이 어느 개울(강)을 지나다 보니, 
왠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냇가에서 숯을 씻고 있는구나. 
그걸 보던 이 녕감... 묻는다. 

"이보시오. 당신 뭐하고 있소?" 
"보면 모르오? 숯을 씻고 있소이다." 

그러자, 이 녕감... 무심결에 한 마디 내 뱉는다. 

"허~ 세상에 별 미친 놈 다 보겠네. 내가 삼 천 갑자를 살고 있지만, 
세상에 강물에 숯을 씻는다는 얘기는 첨이요, 그런 인간도 첨 봤네." 

그러자, 저승사자... 

"옳다구나. 바로 네 놈이로구나. 가자~ 고..." 


 
ㅎㅎㅎ 
이리 됐다는 야그... 

그러면, 그 숯을 씻던 데가 어딜꼬? 
용인쪽에서 시작하여 서울 잠실쪽으로 해서 한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인 바, 
바로 숯을 씻었다 해서 炭川(숯내) 라는 야그당.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2002-01-15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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