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김으로 피운 꽃
겨울잠에 빠져 있던 암자는 길손이의 소리로 깨어나기 시작했다.
벌집을 찾아다니는가 하면 다람쥐 굴을 파헤쳤다.
어떤 날은 뱀굴을 다람쥐굴로 잘못 알고 건드렸다가 혼이 난 적도 있었다.
솜다리를 보고 놀라기도 하였다.
"누나, 꽃이 피었다. 겨울인데 말이야. 바위틈 얼음속에 발을 묻고 피었어.
누나, 병아리의 가슴털을 만져본 적이 있지? 그래, 그처럼 꽃이 아주아주 보송보송 해.
저기 저 돌부처님이 입김으로 키우셨나봐."
스님의 발소리가 났다.
스님은 빨래를 널고 오는 길이었다.
스님이 물었다.
"너 조금 전에 누구한테 말을 했느냐?"
"감이 누나한테 했어."
"감이는 아래 큰 절에 있지 않느냐?"
"아유 답답해. 누난 내 곁에도 지금 있는 거야. 감이 누나가 그랬어.
내가 있는 곳엔 어디고 감이 누나 마음도 따라와 있겠다고."
"고 녀석 참......"
스님은 뒷머리를 만지며 돌아섰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선방 안으로 사라졌다.
우두커니 서 있던 길손이가 갑자기 두 주먹을 쥐고 달리기 시작했다.
선방 문을 열고 스님을 불렀다.
"스님!"
그러자 스님은 벽을 마주하고 앉아서 갑자기 귀머거리가 되었는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스님, 나하고 좀 놀아."
그래도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앉아 있기만 하면 뭣 해! 벽에 뭐가 있어? 솜다리꽃 하나도 피우지 못하구서!"
길손이는 눈물이 글썽해져서 문을 닫았다.
볕이 잘 드는 툇마루로 와서 벌렁 누웠다.
참나무의 떨어지고 남은 이파리 하나가 대롱거리는 그림자를 툇마루 위에까지 보내왔다.
사각사각 문종이 위를 기어가는 파리의 발소리도 들려왔다.
길손이는 벌떡 일어났다.
우물가로 가서 우물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흰구름은 산너머로 놀러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오기만 해봐라, 혼내 놓을 테니."
어깨가 처져서 돌아오던 길손이는 새앙쥐 한 마리가 마루 밑으로 숨는 것을 보았다.
"옳지. 저 마루 밑 어둠 속을 뒤져 보자. 밤이고 낮이고 캄캄하기만 한 저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길손이는 마루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얼마 후 마루 밑에서 나온 길손이의 손에는 깨어진 바릿대와 뿌러진 염주알이 세 개 들려있었다.
길손이가 암자의 구석진 곳을 뒤지는 것으로 재미를 삼은 것은 이날부터였다.
여러님!
휴일 잘 보내셨을까요?
오늘은 종일 비가, 짓눈개비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내리더군요.
좋은 계획이 있었던 분들은 짜증도 났겠지만 겨울가뭄이 심했으니, 좀 보아 주면 어떨까요.
남은 시간 편히 보내시고 좋은 한주를 맞이 하시길...
2002-01-20
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