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불(달불)놀이...
[한 겨울의 불꽃 축제...]←겨울놀이 얘기 나온 김에...
말이 쥐불'놀이'이지 이건 숫제 전쟁이었다.
겨울철... 달도 없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면 동네는 청년부터 유· 소년(당시의 나)까지 만들어 놓았던
불깡통(망우리)을 하나씩 들고 슬금슬금 집 밖으로 빠져 나간다.
이웃 동네(주로 들판 건너 한 오리 남짓한 동네)와 한 판 벌리러... 마치 심야의 황산벌 전투? ㅎㅎㅎ
이러한 풍습(쥐불놀이;~싸움)은 삼국시대부터라 알고 있다.
그 싸움(전쟁)에서 이기는 동네는 그 해 풍년이, 지는 동네는 흉년이...
어쨋든 끈질기게 내려온 풍습이자 겨울철 놀이의 백미라 할 만 하다.
그러기에 동네 어른들도 모른척 하는 것이구...
전쟁터(빈 논) 주위는 兩軍(두 동네 전사들...)이 돌리는 불깡통의 불빛들이 어지럽고도 현란하게 춤을 춘다. 둥근 불(火)테가 여기저기서 고리(環)를 만들고 있다. 장관이다. 마치 도깨비들의 장난같다.
멀리서 보면 사람은 없고 도깨비불만 춤추는 걸로 보이리라.
더러는 불깡통을 하늘로 던진다. 뻘건 불이 긴 꼬리를 물고 하늘 높이 치솟았다 곤두박질 한다.
불꽃이 사방으로 튄다. 요즘 유행하는 폭죽의, 불꽃놀이의 효시가 아닐까?
어쨋든 싸움은 치열하게 전개된다.
밀고 밀리고, 깨고 깨지고, 부딪히고 자빠지고...
이렇게 밤이 이쓱하도록 이렇게 공방을 벌인다.
그러나, 전쟁은 대개 우리동네의 승리로 끝난다. 입지조건이 좋아서 ㅎㅎㅎ
우선, 들판의 시작인 우리 동네에 와룡산-동네 태생인, 이미 작고한 일본 가라데의 창시자 '최배달(영의)이
어렸을 적에 차력을 읶혔다는 그 臥龍山:말 그대로 누워있는 龍. 그 용이 일어나면 세상의 큰 인물이 되리라는
전설이 있음. 이 가자고가 아닐는지... 헐~-이 있어서 무기(오리나무, 아까시나무 등...) 확보가 쉽다.
또한, 호남선 철도가 지나가므로 투석전에 절대 유리하다.
더러는 상대편에서 박 터진(머리가 깨진) 전사도 나온다. 그래서 이긴다.
또, 驛(와룡역)이 있어서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 이리(지금의 익산)와 김제로 통학하기 위해
우리 동네로 와야한다는 것 때문에도 상대는 한 수 접고 들어온다. ^ ^
...해서 여러모로 유리한 전쟁이다.
이런식으로 한 겨울이 지나간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정월 대보름까지만이다.
와룡산 정상에서 '달집태우기'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이제, 봄농사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물론 이웃 동네와도 전쟁은 끝이다. 사이좋게 지낸다. 돌아오는 겨울까지는...
어언~ 벌써, 30여년 전이다.
돌아갈 수 없는...
님들중엔 이러한 추억이 있는 분들도
계실 것 같군요.
2002-02-19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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