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등산(登山)이 아니고 입산(入山)입니다.

-gajago- 2010. 4. 26. 19:46

등산(登山)이 아니고 입산(入山)입니다.

들로 산으로 많이 나다닐 때입니다.
특히나 날이 덥고 자연경관이 눈부실 때 마다,
요즘같이 날씨가 화창해서 집안에만 있기 미안(?)할 때마다,
너나없이 자연속으로 빠져 들어가고픈 충동을 느끼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라 봅니다.
시원한 물가를 찾는 사람도 있고 신록이 우거진 깊은 숲을 찾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가나 숲이나 자연속으로 들어감은 마찬가지겠습니다만
그중 우리는 산행을 할 때 흔히 등산(登山)이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이 '登山'이라는 말... 무심코 쓸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원래 우리민족은 등산이란 말은 안 썼다더군요.
-정확한 기억인진 모르겠으나 등산이란 말은
일본인에 의해서 일제 때부터 쓰기 시작했다지요?-

왜냐하면...
등산이라 함은 '산을 오른다', '정복한다'란 이미지가 많지요?
그래서 인간이 등산을 한다는 건 산(자연)을 정복한다는...(불경???)...
뭐,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것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민족의 정서상...
바로 入山이란 말을 즐겨 썼지요.
산에 오른다, 정복한다... 가 아닌,
산에 들어간다. 산에 동화된다... 하나가 된다.

즉,
산(자연)은 우리 인간의 정복 대상이 아닌...
같이 되는 것... 동일시 되는 것...  이코르...

해서,
아직까지 많이 쓰이는 말은...
入山禁止의----------->입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으로 타당한 생각이 아닌가 합니다.
뭐든지 싸워서 이겨야하고 그래서 정복자의 위치에 서고자 하는
인간의 오만을 경계한 건 아닌지...
더 나아가서 좁게는 사람과 사람끼리,
넓게는 자연의 일부분인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호흡하는
일체감속에서 우리의 참 행복이 있다는 진리가 아닌가 합니다.

지금, 우리가 더 잘 살아보자고 자연에 저지르는 숱한 만행들...
그 만행이 결국은 우리의 미래를, 우리 후손의 미래를 옥죄고 있지나 않는지
깊은 이밤에 하릴없이 생각해 봅니다.

 

2002-05-10.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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