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락분

불효자는 웁니다. 011228..

-gajago- 2010. 10. 21. 21:13

그러니까~ 83년 9월... 훈련소(전주 제 35사단) 퇴소날이다.

6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退所를 하게 되니... 부모님들이 많이도 찾아 왔다.
그동안 고생 많았으리라 위로도 할 겸, 軍에 간 자식이 어떻게 변했나 궁금도 했으리라.
그러나, 난 훈련소 퇴소날을 부모님께 말씀(편지) 드리지 않았다.
시골에 계신 연로하신 두 분이 어차피 전주 훈련소까지 오시지 못 할 거구...
또, 가을걷이 준비로 한창 바쁜터에 오히려 죄송스럽고...
그래서, 오늘이 아들이 훈련소를 퇴소 하는건 모르신다.
그러나 정작 동기들이 부모, 형제, 친구, 애인들에 둘러 싸여 있는걸 보니 부럽기도 했다.
맛난 것도 싸 오고, 사진도 찍구...
그래도 나처럼 몇몇의 不면회자들을 보니 위안도 됐다.

퇴소식이 끝난 후... 自隊배치를 받아 각자의 갈 곳으로 나뉘어진다. 난 전남 광주행...
(전주 →이리(지금의 익산)→광주行... 거기서 해안초소로)

한 두 세시쯤, 전주에서 이리로 열차로 이동했다.

이리역...
과거 학창시절의 숱한 기억이 혼재해 있는 곳...
그 역에 도착해 플랫 폼에 대기한다. 여긴 바로 학창시절의 내 아지트... 모든게 익숙타.
몇 년 전만 해도 매일 열차를 타고 내린 곳...
모든 게 눈에 익다. 학창시절의 그 순간 같다.

오후 여섯 시... 저녁 통학차 시간이 가까와 오니...
(거긴 그런게 있었다. 日帝때 부터 내려오던 학생들만을 위한 통학열차: 이리↔정읍간)
알 만한 얼굴들이 하나 둘 나타난다.
한편으론 쑥쓰럽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론 반갑다.
괜히 어깨가 들썩인다. '나~ 군대간당~'
아는 이 몇 명과 인사를 나눴다.

'다들 별 일 없나? 헐헐헐...'

통학차가 홈으로 들어왔다.
'나도 이걸 탈까? 그럼 집에 갈 수 있는데...'
.

.

.

.
.

열차가 떠나니...
갑자기 쓸쓸해 진다. 나만 외톨이가 된 기분... 텅 빈 플랫 폼...

저녁 7시... 9시... 11시... 지겹다.
요눔의 군용열차는 떠날 줄 모른다.
언제 출발할지 모른단다.
오후 5시경부터 지금까지 이리역 플랫폼에 대기중이다.
열차와 수많은 장병들... 같이...

새벽12시 반...
이윽고 출발한다. 열차가...
과거 나의 통학코스대로...
우리동네 쪽으로... 호남선 완행열차가...

어둠속의 주변 풍경들...
수 없이 보아왔던 길... 눈에 익다.
점차 가슴이 뛴다. 긴장도 된다. 집이 가까워진다.
芙蓉역을 지났다. 다음이 臥龍역... 우리동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평생을 떠나 있어도 눈속에 그려지는 고향... 와룡...
나의 마음은 열차보다 빨리 집으로 내닫는다.
부모님곁으로...

저~ 만치 어둠속의 동네가 보인다.
불빛도 한 두개 보인다. 그게 어딘지 난 안다. 누구네집 불빛인지도...
열차가 점차 속도를 늦춘다.

어둠속에서도 우리집쪽이 보인다.

어둡다. 

적막하다.

불빛 한 점 없다.

'지금 쯤 아버지·어머니께선 주무시겠지. 피곤한 하루를 마치시고...
軍에간 아들이 지금 이 시각에 여기서 집을 바라보고 있는줄 모르시겠지.'

열차가 정차했다.

잠시... 비표를 주고 받겠다.

 

역무원도 아는 얼굴...
잠깐 밖으로 내렸다. 고향땅 한 번 밟았다.

열차가 출발한다. 차에 뛰어 올랐다.
驛 구내를 이내 벗어난다. 이미 집쪽은 보이지 않는다.
열차가 속도를 내면서 나의 집은, 부모님은 점차 멀어진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아버지... 어머니...
안녕히...


이게 당시 자대 배치를 받고 집에 보낸 편지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 이 편지를 받고 두 분은 퍽이나 마음 아프셨단다.

나쁜 놈...
이런 편지를 왜 보냈을까?
면회 안 오신게 그렇게 서운턴가?
지가 알리지도 않았지 않은가 말이다.

그건 아닌데...
오랫만에 고향을 지나며 소감을 적는다고 적은 게 부모님 마음...

아프게 한 결과가 되었다.

한심한 놈...
부모님의 심정도 헤아리지 못하는 철부지... 불효막심한 놈...
두 분은 이미 안 계시지만...
지금 생각을 해도 몸둘 바를 모르겠다.

亡者計齒라고...
이미 안계실때 후회하면 뭐할까?

011228..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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