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소요산 소묘

-gajago- 2011. 7. 5. 20:58

 

 

지난 7월 22일 우리 山行 동료들은 소요산(585m) 산행을 위해

의정부역에서 경원선 열차에 몸을 실었다.
열차에 몸을 싣는 순간부터 오늘 여정이 아주 특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경원선 열차를 타니 그 분위기가 70~80년대 학창시절의

통학열차와 너무 흡사하다.
(우리 학창시절엔 '통학차'란 이름의 열차가 있었다.

이리-지금의 익산-에서 정읍까지 운행하는)

 

열차의 구조도 그러하거니와 열차안에서

찐 옥수수를 팔고있는 아주머니들을 보니 '통학차'안에서

찐빵을 팔던 당시의 아주머니들이 오버랩이 되고...
이렇게 이십 몇년 전의 기억을 일행과 이야기하며 추억에 젖어보기도 했었다.

이렇게 40여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다 보니 바로 소요산역이라...

찻길 건너 상가를 지나가니 곧게 뻗은 도로와 주차장이 있고

여기서 일행은 간단한 요기를 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얼마를 쭉 뻗은 길을 따라가니 '소요산 자재암'

소요산자재암이라 쓰인 일주문이 앞을 막는다.

 


 

이제 막 소요산의 산행을 시작한단 마음으로, 앞으로 펼쳐질

산세의 기대감으로 가슴이 설렌다.

조금 나아가니 소요산 방문을 축하라도 하듯 시원한 물줄기가 맞아준다.

이름도 청량한 청량폭포이다.

 


청량폭포


조금 더 오르면 원효폭포가 시원스레 쏟아진다.

물이 맑다. 아주 깨끗하다. 마시고 싶을 정도로...
중학생쯤 되어보이는 소년 둘이 옷이 다 젖은 채 물장난하고 있다.

천진한 동심이 부럽다.

그 폭포아래 다리에서 우린 왼쪽 난간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리 이름도 예사롭지 않다. 속리교라...

오호~속세를 떠나 선경으로 진입한다는 얘기로고..

 


얼마를 오르니 수직의 바위절벽이 건너편에 마주한다.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바로 그 원효대다.

양쪽으로 치솟은 암벽 사이로 조금 오르니

속세에 찌든 마음을 씻으라는 의미일 것 같은 세심교가 나온다.

이곳에서 백운암 돌담 옆을 지나니 바로 자재암이다. 
옆에는 나한전이라고 불리는 바위굴이 있는데, 

그곳의 물(원효샘물)의 물맛이 아주 좋단다.

그 옆에는 20여미터 높이의 이름도 멋진 옥류폭포가 있고, 

옥류폭포를 지나면 중백운대로 이어지는 능선길과

계곡으로 계속되는 두 갈래 길이 나타난다.

여기서부턴 여늬 산의 오름이나 비슷한 산길이 이어진다.
가파른듯한 산길을 한참을 오르다 좌측(하백운대)에서

우측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우측으로 좀 더 오르니 중백운대...

적절한 소나무그늘이 있어 일행은 여기에서야 비로소 땀을 식히며 숨을 돌린다.

그곳을 지나니 소요산의 또 다른 진경인 칼바위능선이 나온다.
여기는 아주 날카로운 칼날같은 바위들이 위태롭게 능선의 좌우를 兩分하고있다.

강화의 마니산 마니산... 그 '신화속으로...'  바위능선들이

거대한 초식공룡의 어금니같은 둥글둥글한 모습이였다면,

소요산 바위능선은 마치 육식공룡의 톱니같은 날카로움을 지녔다.

 

그 능선을 타고 넘어가자니 등골이 오싹한다.

'이 공룡이 입 다물면 어쩌지? ㅎㅎ'

이 칼바위능선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타고 넘다가

그 끝자락쯤에 만나기 쉽지않은 망태버섯을 만났다.
그것도 인적없는 깊은 골짜기가 아닌 능선길에서...

아름다운 망태버섯 자태 

망태버섯(다른 곳의 사진)

 

세상에...
이런곳에 저런 버섯을 만나다니... 아주 행운이다.

여기를 지나 나한대와 의상대를 지나 공주봉으로 향하다

시간이 너무 지체돼-한 4시가 넘었던가?-
바로 내려가기로 하였다.

우리는 태고적 모습을 간직한 것 같은 급경사의 계곡쪽으로

흘러내리는 자갈들과 같이 흘러내린다.
만고풍상을 이겨내다 급기야 다 부스러져 가는

이미 바위가 아닌 날까로운 자갈들...

습한 습기에 썩어 부스러지는 오래된 나무들과

축축한 나뭇잎들이 내뿜는 싸늘한 陰氣...

빨리 어두어지는 산속에서 마음만 바쁘다.

얼마를 내려왔을까.

조그만 바위틈에 물이 비친다. 맑다. 아주맑다.
시원하게 목을 축이며 해갈한다.

가만보니 물이 샘솟는다.

 

'아! 여기가 이 산 계곡물의 始原인가 보다'

샘 아랫쪽 웅덩이에서 휴식을 취하며 땀을 씻고 발을 담그니 피로가 싹 가신다. 
하지만 발이 너무 시려 1~2분을 버티기 힘들다.

한참을 쉬다 흐르는 계곡의 물과 함께 내려왔다.

바로 구절터코스다.
구절터를 지나 얼마를 내려오니 바로 원효폭포가 나온다. 

오늘의 소요산 산행은 맑고 깨끗한 풍부한 물이 가장 절정일 

때였기에 그 느낌이 오래토록 남을 것 같다.
-불과 며칠 전까지 경기북부지방에 많은 양의 비가내려 내심 걱정도 했었다-




061215..

가자고...

7월의 산행을 연말정산하듯 이제야 쓰니,

나머지 8~11월까지 매월 이루어진 산행은 언제나 기록할꼬? 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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